마음에 듭니다, 아주 좋았어요.
지난 주말 아이언맨에 이어 오늘은 스피드레이서를 보고 왔습니다. 다이하드4 이후 한동안 극장에 발길끊었다가 요즘은 매휴일마다 출근도장을 찍네요. 곧 인디아나 존스도 개봉하니 어찌 아니 좋을소냐.
말이 필요없는 '큰손들' 워쇼스키 형제의 신작SF레이싱 영화 스피드레이서, 과연 명불허전이었습니다. 그 현란한 색채와 연출은 눈이 부시다 못해 아플 정도였고, 스토리 역시 가족운운하는 헐리우드 특유의 뭐시기함을 극단적으로 강조해 주인공일가가 영화내내 가족가족 합창을 해서 저도 모르게
"아 그래 가족!!"을 외치게 되고마는 그 뻔뻔하면서도 대담한 전개가 좋았어요.(좋은 뜻)
그럼 이제부터 제목대로의 이야기- 우리나라 대부분 관객분들께, 물론 저도 포함해서 최대의 관심사였을 비 씨의 캐릭터 '태조 토고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말해 처음 캐스팅발표 당시에도 '비중이 얼마나 되겠어?'라 의심하고 예고편을 보고도 조금 불안했습니다만 본편을 보고 난 후 느낌은
굉장하다.예고편에선 1/10 그 발가락지도 안나왔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의 한축으로서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맹활약한 우리 태조 토고칸 씨였습니다. 등장부터 험하게 고생한 비 씨의 연기도 괜찮았지만 여기서 제가 말하고 싶은건 토고칸이라는 캐릭터 그 자체의 매력입니다.
그야말로 난세의 간웅, 주인공 스피드가 헐리우드의 이상을 모아만든 모범적인 영웅상이라면 토고칸은 그야말로 현실의 무서움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또 한명의 주인공이라 칭할만 합니다.
처음 설정부터 배신으로 시작해서, 여차저차해 스피드와 레이서X를 영입해 피와 눈물의 사투로 승리를 일궈내 얼싸안고 기뻐하다가 바로 응응응을 응응하고 마는 전개라니.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생사고락을 함께 한 동료와의 우정, 감동 따위 얼마든지 엿바꿔먹을 수 있는그 현실적이고 비정한 비겁함과 순수함에 끌렸어요.
'너무 비겁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비겁하면 왜 안되는데?'라고 당당히 반문할 것만 같은 악의 카리스마. 마지막에선 또 태도를 뒤집었다지만 그것도 장기적으로 이미지관리를 위한 초석으로, 결국 또다른 이익을 취했을 뿐 뿐 딱히 개과천선했단 식으로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손발 다 잘리고 추락한 악당과 관계유지해봐야 득될 것 없으니 역시 내친 것 뿐이지요.
(그모습은 흡사 건담0083의 히로인 니나 퍼플톤 양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저 역시 0083을 처음 접한 중학생 시절엔 니나 양을 '악녀'라 비난했습니다만 지금은 그때만큼의 큰 반감은 느껴지지 않아요.
잠깐 감정에 휩쓸렸어도 죽은 패전군인 따위 잊어버리고 아직 자신에게 미련있는 남자찾는건 나름 이해가는 행동이지요. 군에서야 눈밖에 났다지만 GP03의 귀중한 조종경력이 있는만큼 아나하임에라도 데려가면 매우 쓸모가 많을테고.)
예전에 글을 올렸던
[치사하고 비겁해서 멋진 를르슈 예찬론]과 마찬가지로 영화 보는 내내 공감하며 고개 끄덕이게 만든 멋진 악역이었습니다. 제작자 인터뷰를 보면 후속편서 토고칸의 비중은 더 커진다하니 또 어떤 야비하고 아니꼬운 사기꾼의 미학을 보여줄지 기대되요.
목적을 위해 수단을 안가리는 그 근면성실한 사악함에 경의를.
모든 분들에게 포스가 함께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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