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에바 덕후의 필독서(?)같던 책 동영상의 찬미

인터넷도 아직 변변찮던 90년대의 덕질 이야기입니다.

요즘에야 일본애니메이션 극장판이 멀티플랙스에서 개봉하고, 각분기 최신작이 바로바로 국내케이블채널로 방영되는 편리한 시대가 되었지만 90년대 초중반만 해도 아직 일본문화 개방이 제대로 안되어서 일본애니메이션은 공중파의 더빙방송으로 가뭄에 콩나듯이 접하며 만화책 또한 500원짜리 문방구 해적판 만화나 국내정발 신간들에만 의지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허나 그때 그시절에도 물건너 취미업계의 유행과 대세는 어깨 건너로 알음알음 알게 되어 어둠의 루트로 간간히 접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 어둠의 물결을 좌지우지하던 큰 줄기가 바로 용산. 지금이야 시들시들해졌지만 00년대초까지도 위세가 살아있던 용산전자상가는 90년대 당시 그짓말 조금 보태 아키하바라 연상될 정도로 활기차고 잘 나갔으며 위에 보시는대로 일본애니메이션의 해적판 음악CD와 비디오테이프, 사진, 브로마이드와 포스터들을 가득가득 쌓아놓고 날개돋힌듯이 팔려나가는 광경들이 두꺼비상가와 도깨지상가에 걸쳐 드물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사실 숨길 것도 없이 저도 중고등학생 때 놀러가서 한가득 사오곤 했었지요 넵;;








지금부터가 제목대로의 이야기로서 이번에 소개해드릴 꺼리가 바로 위의 신세기 에반게리온 필름북입니다. 96년 당시 TV판이 막 종영되고 구극장판 개봉을 앞서 그 인기가 우주까지 뻗어가던 에반게리온의 줄거리를 정리하여 카도카와에서 낸 9권 분량의 미니북 시리즈로 당연히 정품은 몇만원을 넘었지만 화질이 조악한 무단복제판이 권당 4, 5천원으로 나와서 가난한 에바덕들의 지갑을 털어갔지요. 저도 이때 한창 눈에 씌여있어서 고등학생 때 일본어도 모르면서 종이가 아주 닳도록 보고 또 보았던 일이 기억납니다.

그때부터 벌써 20년 넘게 흘러 다 잃어버리고 추억에만 남아있다가 지난번에 용산 도깨비상가를 찾았을 때 가게 한구석에서 먼지 쌓인채로 놓여있는 그 해적판 필름북들을 보자니 예전 일들이 생각난 주저리~였습니다. 유머라면 용산 모처에서는 저 책들을 아직도 팔고 있는게 유머일까요 참. 참 인터넷도 일반적이지 않던 때에도 덕질을 용케 다하고 살았다고 돌아보면서, 모든 분들에게 포스가 함께 하시기를.

덧글

  • 존다리안 2018/07/30 13:16 # 답글

    마침 성경과 외경을 이용한 게 에바인지라 이대로 에반게리온 교라도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미 마도카 교가 있고 제다이교도 있는데....
  • 알맹 2018/07/30 13:39 # 답글

    우와 뉴타입 필름북! 전 얼마 전에 집 청소하는데 엔드 오브 에바 필름북이 튀어나와서 놀랐더랬죠 ㅋㅋㅋ
  • 나인테일 2018/07/30 16:13 # 답글

    이런 고생대의 화석이 남아있다니. 집안이 별로 지질학적(....) 변화를 안 겪으신 모양입니다.
  • 천사고양이 2018/07/30 16:20 # 답글

    지질학적 변화가 없으신것이 다행이십니다.
  • ReiCirculation 2018/07/30 17:16 # 답글

    할배요...
  • Fact_Tomoaki 2018/07/30 18:03 # 답글

    집안 책꽂이를 돌아보니 전 대원에서 정발한 버전으로 아직 갖고 있네요.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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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되리라,

낡고 슬픈 이 땅에선
환희는 빌려야만 하고,

고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득하니까.

노래하라,
언덕들이 응답하리라

탄식하라,
허공에 흩어지고 말리라

메아리들은 즐거운
소리에 춤을 추지만

너의 근심은 외면하리라.



기뻐하라,
사람들이 너를 찾으리라

슬퍼하라,
그들은 너를 떠날 것이다.

사람들은 너의 즐거움을
원하지만

너의 고통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즐거워하라,
그러면 친구들이 늘어날
것이다.

슬퍼하라,
그러면 그들을 다 잃고
말 것이다.

네가 주는 달콤한 술은
아무도 거절하지 않지만

인생을 한탄할 때는
너 홀로 술을 마시게 될
것이다.



축제를 열라,
그럼 너의 집은 사람들로
넘쳐나리라

굶주리라,
세상이 너를 외면할 것이다.

성공하여 베풀라,
그것이 너의 삶을
도와주리라.

하지만 아무도 죽음은 막지 못한다.

즐거움의 방들엔
여유가 있어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다.

하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는

우리 모두는 한 줄로
지나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