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혈이 그린다던 소년병은 과연 무엇일까? 동영상의 찬미

다시 한번 생각해도 영 알쏭달쏭입니다.
가히 시데와 아게, 빌드트를 능가하는 역대 최악의 건담으로 당당히 이름을 남긴(것 같은)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재작년 가을 이 작품이 발표되었을 때 제작진 인터뷰 중 '건담 역대 가장 어려운 처지의 소년병 주인공들을 그린다'는 취지가 기억나는데 현재 철혈에 대한 평가는 익히 아시니 생략하구요. 주인공 집단 철화단의 두목 올가 이츠키는 확실히 능력은 있으나 너무 조급하게 야망을 쫒다가 파멸하는 인물로 이런 타입은 사실 흔한 클리셰 중 하나인데요.

근데 문제는 올가 이 친구가 조연이 아닌 당당한 주인공들 중 한명이라는 점. 어쨌든 독학으로 실무와 지휘능력을 적어도 구CGS 임원들보다는 갖추고 단기간에 철화단을 화성권의 최대급 세력으로 키우며 야쿠자 소리 들어도 테이와즈 들어가 뒷심을 얻은 것도 괜찮은 선택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비스킷과 나제가 지적했듯이 꿈을 이루기 위해 너무 서두르며 급기야 맥길리스의 '화성의 왕'이라는 말에 넘어가 커리어 다 날려먹고 본인도 자객의 손에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으니 참.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참 조연이나 1회급 엑스트라면 몰라도 명색이 건담의 주역급 인물이 이렇게 마지막까지 갱생 여지도 없이 헛발질만 하고 그 명분이나 논리적인 이해는 반대편 세력인 아리안로드가 다 가져가버렸으니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 소악당들 꼬라지를 왜 계속 봐줘야하나 실소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 결과는 최악이었지만 어쨌든 '폭주하다 자멸한 소년병들의 말로'를 표현한 것이라면 병아리눈물만큼은 제작진의 의도가 이랬나 이해할 듯 했지만….














하지만 최종화 에필로그를 보면 그런 말은 쏙 들어갑니다. 2기에서 미카 급여 관리나 해주고 섹드립하고 놀던 쿠델리아 양은 뜬금없이 테이와즈 추천을 받아 화성 의회 의장으로 당선되어 올가가 그토록 바라던 진짜 '화성의 왕'이 되었으며 그 덕분에 철화단 화성지부의 최종전에서 전사한 멤버들 빼고 나머지 생존자들은 화성권에서 경호원, 고아원 원장, 선생, 농장 주인, 엔지니어와 회사원 등등 제각각 제 살길을 찾아 딱히 신분 숨길 것도 없이 대부분 아주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말마따나 진짜 비참한 소년병들의 처지라길래 저는,

- 지구권 한 허름한 빈민촌에서 격한 노동으로 병에 걸린 아트라는 배고파 우는 아키즈키를 퀭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고, 아직도 수배 중인 철화단 멤버는 막노동 현장에서 또 정체를 들켜 돈도 못받고 쫓겨나고 어디에도 정착못한 채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더라…

이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순탄지 않은 삶을 예상했건만 오히려 화성 최고권력자가 된 든든한 지인 덕분에 철화단 전성기 이상으로 안정된 인생을 구가하니 하이고야.


그쪽 용어로 치자면 느닷없이 데우스 액스 마키나로 등극한 쿠델리아 양 덕분에 지금껏 올가가 50화동안 고민해왔던 것들이 고작 10분만에 해결되어 소년병이고 나발이고 인맥이 최고이며 인생은 한방이다라는게 작품의 교훈인가 싶었습니다. 여지껏 황당한 전개가 한둘이 아니던 철혈이지만 에필로그서 쿠델리아가 갑자기 화성대통령이 된 이유는 아직도 납득이 안가네요 저는 진짜로 --;; 또 쿠델리아 양과 아트라 양이 정식 합법 백합 부부가 되었다지만 그것도 아무래도 좋고요 넵.


그짓말 안보태고 철혈 제작진은 캐릭터, 메카디자이너 분들 빼고 특히 감독, 각본가는 절대로 건담쪽에 발도 대지 않아주기를 진심으로 희망하면서, 모든 분들에게 포스가 함께 하시기를.

덧글

  • 레이오트 2017/04/26 17:14 # 답글

    그나마 일찌감치 철화단 그만두고 정상적인 직업을 얻은 타카키 우노와 복수에 사라잡혀 과거의 적을 죽이고 다니는 라이드 매스가 소년병의 결말로써는 가장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 잉붕어 2017/04/26 14:57 # 답글

    도대체 뭘 만들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시궁창적인 내용이 많이 나올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시나리오 자체가 시궁창일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 안경집 2017/04/26 15:11 # 답글

    이게 다 작중 유일한 안경녀인 후미탄을 제일 먼저 저세상으로 보낸 잘못입니...쿨럭.
  • 레이오트 2017/04/26 16:57 #

    후미탄씨 ㅠㅅㅠ
  • 범골의 염황 2017/04/26 17:40 #

    메가네챤! 스탑 유징 팩트! ㅠ.ㅠ
    (+라프터도 대체 왜 죽인건지 참)
  • 스완준 2017/04/26 21:03 #

    후미타아~~~~~~안!!!!!!! 크흐흐흐흑 ㅠㅠㅠㅠ
    아 진짜 맘에들었던 캐릭터였는데 ㅠㅠㅠㅠ
  • Shishioh 2017/04/26 15:16 # 답글

    결국......미카세대가 피를 흘려서 들이밖은 바람에
    갈라르호른이 재 정비되어

    미카 아기가 잘 클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같은데..

    제눈엔 ... 미카 아기가 사라지지 않은 악의 씨앗 같이 느껴졌습니다.
    호러 무비끝에 하나 남은 알이라던가 죽은줄 알았더니 꿈틀하고 움직이는 살인자의 손이라던가.
  • 범골의 염황 2017/04/26 17:44 #

    그건 아키즈키 탓이 아니긴 합니다만 워낙 건담을 잘 닦아놓은 스토리인지라(주역건담이 최종보스라니 대체 무슨 약을 해야 이런 발상이...) 작중에서 뭐 하나 잘못한 것도 없이 부당하게 욕을 먹는 등장인물이지만 뭐 하는 수 없겠다 싶습니다.
  • 풍신 2017/04/26 15:22 # 답글

    건담 시리즈는 (대체로) 전쟁 속에서 (고아에 가까운 상황의) 소년들이 어떻게서든 발버둥치며 성장하는 것을 그린 물건이라고 생각하는데, 철혈의 오펀스는 어딘가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다고 봅니다.
  • 무명병사 2017/04/26 15:34 # 답글

    소년병 그린다며 의리없는 전쟁 참고한 순간부터 쫑났죠.
  • 나인테일 2017/04/26 16:29 # 답글

    일단 소년병이 건담에 타는 순간 사실상 빈민 생활은 졸업이나 마찬가지이니 건담으로 제대로 된 소년병을 그리는건 애초에 힘들죠.
  • 무지개빛 미카 2017/04/26 16:32 # 답글

    현실의 아프리카의 소년병 및 그 소년병들에게 강간당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피해여자 사례만 읽어보아도 저런 결말은 절대 나올 수 없습니다.
  • 몬토 2017/04/26 16:33 # 답글

    소년병은 미성년일때 애를 낳아도 된다가 결론이었을까요?
    그리고 진짜 소년병이었으면 건담을 손에 넣은순간 가로드처럼 팔아처먹었어야...
  • 범골의 염황 2017/04/26 17:45 # 답글

    에이지 재평가 개꿀잼.
  • Wish 2017/04/26 18:10 # 답글

    역시 보다말길 잘했어!!!
  • 위장효과 2017/04/26 20:02 # 답글

    후쿠닭-모로사와 가 재평가될 지경...
  • 스완준 2017/04/26 21:02 # 답글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뭐랄까
    감당못할 주제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 메탈맨mk2 2017/04/26 21:04 # 답글

    나중에 철혈도 재평가되는 날이 올끼봐 두렵습니다
  • Skip 2017/04/26 21:32 # 답글

    전형적인 현대 니혼진이 생각하는 군대와 전쟁과 소년병
  • 존다리안 2017/04/26 22:42 # 답글

    이러다 김일성 수령같은 놈이 나와 미화되다 끝나는 물건도 나올 지도요.
    (우익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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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되리라,

낡고 슬픈 이 땅에선
환희는 빌려야만 하고,

고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득하니까.

노래하라,
언덕들이 응답하리라

탄식하라,
허공에 흩어지고 말리라

메아리들은 즐거운
소리에 춤을 추지만

너의 근심은 외면하리라.



기뻐하라,
사람들이 너를 찾으리라

슬퍼하라,
그들은 너를 떠날 것이다.

사람들은 너의 즐거움을
원하지만

너의 고통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즐거워하라,
그러면 친구들이 늘어날
것이다.

슬퍼하라,
그러면 그들을 다 잃고
말 것이다.

네가 주는 달콤한 술은
아무도 거절하지 않지만

인생을 한탄할 때는
너 홀로 술을 마시게 될
것이다.



축제를 열라,
그럼 너의 집은 사람들로
넘쳐나리라

굶주리라,
세상이 너를 외면할 것이다.

성공하여 베풀라,
그것이 너의 삶을
도와주리라.

하지만 아무도 죽음은 막지 못한다.

즐거움의 방들엔
여유가 있어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다.

하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는

우리 모두는 한 줄로
지나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