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한국 축구만화들 되짚어보기 화예술의 전당

대충 떠올려봤는데 적어보니 또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성공한 스포츠 만화하면 역시 이현세 선생님의 '공포의 외인구단'이 생각나지만 야구 만화는 여기서는 잠시 접어두고…전세계적인 인기 스포츠 중 하나인 축구는 그에 맞춰 역시 많은 관련만화들이 나와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물건너에서도 20세기의 대히트작인 '캡틴츠바사'와 후배 '이나즈마 일레븐'이 그 뒤를 잇는 한편 그외 '우리들의 필드'나 '휘슬'도 나름 인기를 끌었지요.

그리하야 바로 제목대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도 한창인 와중에, 한번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나온 축구만화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 간단하게 정리해보았습니다. 물론 완벽리스트 같은건 아니고 이외에도 많은 축구만화들이 있으며,(이상무, 이향원 선생님 작품 등) 어디까지나 제 기억에 남아있는 만화들을 적어본 것에 불과하니 "왜 이 만화는 없나?"라고 하셔도 미리 양해를 부탁드리고요;;



● 황제의 슛 (배금택)

- '열네살 영심이'나 흑역사 'Y세대 제갈공두'로 유명한 배금택 선생님이 80년대 중반 보물섬에 연재한 열혈축구만화. 영심이 덕에 개그작가의 이미지가 굳어지긴 했지만 사실 이 분도 '소년 로보캅' 등과 더불어 마치 피가 배어나오는듯한, 인간군상들의 갈등이 두드러지는 진지한 극화도 일가견이 있으셨지요. 대략 김수정 선생님의 '아기공룡 둘리'나 황미나 선생님의 '다섯개의 검은 봉인'과 같은 시기에 실렸으며 이후 '폭주기관차'로 리메이크되기도 했습니다.




● 0번 골잡이, 빵야빵야 (김철호)

- 스콜피온 시리즈와 날제비 시리즈로 대본소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철호 선생님이 소년중앙과 보물섬에서 각각 연재한 작품. 작가분이 권투와 낚시, 당구와 LA버디물, SF 등 당최 많은 장르를 그리셨되 축구만화도 특유의 유쾌한 개그가 어우러져 당시 국민학생 어린 나이에도 무척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특히 빵야빵야에서 현역 복싱 세계챔피언이면서 아버지 몰래 빵봉투를 쓰고 축구 국대로도 활약하던 주인공 성일이의 이중생활이 아직도 생각나네요.




● 춤추는 센타포드 (오일룡)

- 대본소 시절부터 자타공인 축구 전문으로 세자리 수가 넘는 축구만화들을 그려낸 오일룡 선생님의 90년대초 아이큐 점프 연재작이자 대표작입니다. 일제시대 전설적인 축구선수였던 할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주인공 유비가 고교축구대회를 거쳐 남북단일팀의 세계청소년대회에서 맹활약하며 고교졸업 후 이탈리아 세리에A 리그(맞나?)에 입성하기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요.

국내 대본소 특유의 주인공 돌려쓰기인 스타시스템으로 이후로도 유비가 나오는 축구만화는 쏟아져나오며 아이큐 점프에도 후속작인 '최강의 스트라이커'가 연재되었으나 금새 조기종료되었고, 찬스에도 '슈퍼 스트라이커'가 있긴 했지만 역시 퀄리티가 가장 높았다고 기억되는건 이 춤추는 센타포드였습니다.




● 미들맨 (박산하)

- 학원액션물 '진짜 사나이'로 큰 성공을 거둔 박산하 선생님이 아이큐 점프에 연재한 중단편 축구만화. 실력은 있지만 협조성이 부족해서 중학교 축구 때도 이래저래 방황하던 주인공 견인차가 고등학교 들어와서야 그 재능을 개화하고 동료와의 연계도 깨달으면서 대오각성하는 스포츠물…인데 3권 단편이라서 '우리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대목에서 막을 내린게 아쉬웠습니다. 박산하 씨는 나중에 또다른 축구만화 '레드붐붐'을 내기도 하셨지요.




● 불패 (고행석)

- 불청객 시리즈로 일세를 풍미한 고행석 화백님이 히트작 '마법사의 아들 코리'에 이어서 소년챔프에서 연재한 후속작품입니다. 큰 구영탄과 작은 구영탄 동명의 더블 주인공과 이들에게 운명적으로 얽힌 히로인 박은하의 이야기를 다루며, 초기에는 핸드볼 소재였던 것 같은데 자연스럽게 축구+액션물로 바뀌는 변화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시종일관 어두운 전개에 결국 등장인물 거의 전부가 불행해지는 배드엔딩급 마무리도 인상깊었구요.




● 슈팅 (전세훈)

- 소년챔프에는 '노노보이'로 이름을 알린 전세훈 선생님이 약간 뜬금포(?)로 내놓은 신작 축구만화였습니다. 여기서도 주인공은 나동태입니다만 노노보이 때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구요. 연재시기가 딱 90년대말부터 2002년까지라서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이탈리아를 꺾고 우승하는 엄청난 전개를 보여줬는데, 이때만 해도 아직 월드컵 1승도 못 올리던 때라 에이 설마 했지만 진짜로 4강 신화를 이뤄서 '슈팅의 내용이 실현된다'는 광고가 붙기도 했습니다.




● 엔젤컵 (윤재호)

- 국내 동인계에서 유명세를 쌓으며 '메탈하트'와 '인드림월드', '유령왕' 코믹판과 '비스트9'을 거쳐, 현재는 '나와 호랑이님' 코믹판을 레진에서 연재하고 '드래곤 레시피'의 원작도 맡고 있는 윤재호 선생님의 영챔프 초기 연재작. 당시에는 낯설었던 여자 축구를 소재로 하며 포켓몬스터나 에반게리온 등등 당시 트렌드들의 패러디도 많이 보였던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서비스컷도 무척 충실한 편이었구요….




● 폭주기관차 (조재호)

- 맨위에서 말씀드린 배금택 씨의 '황제의 슛'을 당시 문하생이며 아이큐점프에서 '다이어트 고고'를 연재했던 조재호 선생님이 새롭게 리메이크하여 연재한 만화. 아버지의 피를 받아 천성적인 축구감각과 야성의 파워를 갖춘 주인공 호천과 호야 형제의 이야기를 다루며 작화나 연출도 무척 화려했던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형 호천이 네덜란드로 귀화해 요한 크루이프 3세가 되어 2006월드컵의 최종보스로 등장하는 클라이막스가 ㅎㄷㄷ했어요. 이후 웹툰으로 뒷이야기들도 그려졌지요.




● 태풍의 공격수 (박인규, 이용탁)

- 제가 제일 좋아해서 일부러 마지막에 소개해드리는(?) 박인규&이용탁 선생님의 소년챔프 연재작 판타지축구만화입니다. '마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아예 시작부터 뽠똬스틱하여 하느님이 우주의 기운을 모아 혼자 공놀이를 하다 별들을 만들고, 이를 본 젊은 두 신이 축구를 창조하며 이후 한국의 소년들에게 자신들의 힘을 전해주어 각종 신출귀몰한 다양한 필살기와 마구들을 쓰게 되었다는 설정입니다.

일단 중학생(!)인 주인공 한가일도 인공적으로 일식 현상을 일으키는 마구 1호 '써니베일'에다 반대로 어둠을 이용한 회전마구 2호 '블랙홀 2000'을 사용하며, 동료 임하빈이 쓰는 분신마구 '더블캐넌'과 그외 다른 라이벌들의 공중헤딩살법 '버터플라이'와 공이 공기저항을 피해 날아가는 '댄싱 코브라'에 최종보스 조비홍이 사탄의 힘을 빌어 쓰는, 인간의 몸을 찢는 흉악한 살인마구 '길로틴' 등등.

가히 코리안 이나즈마 일레븐 혹은 테니스의 왕자 축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쌈마이하며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본 만화였습니다. 현재 스포츠서울에서 [단행본 전12권을 무료서비스] 중이니 이런 종류 좋아하시면 적극 추천드리고 싶어요.



이상 지금까지 제 기억에 남아, 인상깊게 보았던 추억의 국산축구만화들에 대한 주저리~였습니다. 이제 다음주면 막을 내릴 2014 브라질 월드컵의 결말를 지켜보며 또한 앞으로 나올 새로운 축구관련 작품들도 기대해보면서, 모든 분들에게 포스가 함께 하시기를.

덧글

  • 아돌군 2014/07/08 17:56 # 답글

    폭주기관차 실시간으로 재미있게 봤죠. 호천이 욕하면서..
  • 츤키 2014/07/08 18:00 # 답글

    위에서 아는게 슈팅이랑 폭주 기관차 두 개뿐이군요..
  • 나이브스 2014/07/08 18:23 # 답글

    배금택 작가의 축구 만화는 참 보면서도...
  • 2014/07/08 18:4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존다리안 2014/07/08 18:59 # 답글

    엔젤컵은 떡밥회수도 못한 게 아쉬웠지요. ㅜㅜ
    그래도 주인공 포함 기타 인물들이 개성도 강하고 예뻤던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본에서였다면 그냥 애니화되어 여러 오타쿠들 호렸을 물건인데 때와 장소를
    잘못 났었어요.
  • 소시민A군 2014/07/08 19:07 # 답글

    골키퍼 지남철이 플라스틱 붕대 감아가며 필살슛 막던 만화가 있군요.
  • 대공 2014/07/08 23:44 # 답글

    파이트볼.....은 해당사항 없겠죠?
  • 돈쿄 2014/07/08 23:51 # 답글

    황제의 슛이... 아버지가 동생을 절름발이로 만드는... 그런 내용이었던가요??
    그런거 있었는데...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네요...
  • 고드재현스 2014/07/09 00:06 # 답글

    토마스
    일부러 뒤돌아서 상대 선수 퇴장시키는 주인겅녀석이 개xx로 보인적도 없었을겁니다

    엔젤컵
    메탈하트가서 장기연재에 성공하셨죠
    개인적으론 이분은 단편집의 클론다룬 디스토피아 그린거하고 윙세라문이 충격적이었음니다
  • 홍차도둑 2014/07/09 00:16 # 답글

    슈팅 스토리 원안자이올습니다 ^^
    적어주셔서 감사.

    제가 2000년에 "한국 축구만화의 계보" 라는 글을 모 애니메이션 잡지에 썼던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이향원선생님 김철호 선생님의 만화들을 약간밖에 짚어보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소년중앙에 연재되던 이두호 선생님의 축구 만화도 있었고 소년경향 초창기에 연재된 '뿅뿅 행진곡' 이라는 이현세 선생님의 작품도 있습니다.

    야구만화로 유명한 이상무 선생님의 '울지않는 소년'이라는 작품도 잊으면 안되겠습니다. 이 울지않는 소년에서 나온 '배다른 형제'의 축구로 만나게 되는 기구한 운명이지만 이게 나중에 해피앤딩이랄까요 1986 월드컵에서 차봉근(아시다시피 ^^;;)과의 팀으로 나와 월드컵에서 활약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요. 이후 이 만화의 설정은 권투만화로 유명한 김철호 선생님이 '빵야빵야'보다 먼저 연재한 보물섬 창간호부터 연재되었던 "그라운드의 표범"이라는 만화에서 다시 등장합니다.

    박산하 선생님과 어째 '미들맨' 연재중에 연을 맺게 되면서 전세훈 선생님의 '슈팅'에 참여하게 되었는데...1997년부터 2002년 1월까지 스토리 원안을 다 쓰고 마지막 점 찍고 인쇄 누르는 순간...그냥 쓰러져서 24시간동안 자버렸습니다. 이후 슈팅코리아까지 맡았을 때...후아아 T_T

    좀 특이한 작품이라면 이원복 교수님이 새소년에서 연재하셨던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이 만화가 '먼나라 이웃나라'의 시조격이죠)과 함께 단행본으로 나온 '달려라 소년이여' 라는 작품이 좀 독특하죠. 중학교 축구입니다만 일본만화의 영향이 많이 배어있기도 하면서도 독일 분데스리가를 겪었던 이원복 교수님의 시각이 들어있긴 합니다.

    이우정 선생님도 한작품인가? 그리긴 하셨는데 단편으로 살짝 나오는 정도인데다 주인공이 멀티로 이 운동부 저 운동부로 뛰는 거라 본격적인 축구만화로 넣긴 애매하더군요.

    더 특이한 거라면 본격적인 축구만화로 부르긴 뭐하지만 신일숙 선생님의 월간지 2회분으로 완결지은 중편 "루딘 나이츠 - 천사가 내리는 숲"은 주인공이 축구선수로 나옵니다. 그래서 중간중간에 축구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죠. 이 만화 도와드리느라 한밤중에 전화도 많이 받고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
  • 홍차도둑 2014/07/09 00:21 # 답글

    오일룡 선생님과는 인터뷰를 1994년 초에 했었었는데 선생님 말씀으로는 1983년 "돌아온 축구황제"로 대본소용을 낸게 자신의 축구만화의 시작이라고 하시더군요. 이후 아이큐점프에 연재 된게 제 기억으로는 소년지가 월간지 형태로 나올 때 말고 주간지 형태의 '만화전문잡지'에서의 첫 축구만화 연재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박산하 선생님의 미들맨의 경우는 연재 중단된 이유가 ... 당시 시공사의 만화시장 뛰어들기에 따른 부분도 좀 있던지라...개인적으로도 아쉬웠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움직임에 맞는 그림체를 가지고 계셔서 스포츠의 역동성을 잘 살리실 것으로 생각했었는데...그런 문제가 걸리는 것+그 때문에 작업하시는게 쉽지 않아서 자주 펑크를 내셨던 부분이 못내 맘에 걸리더군요...
  • Blueman 2014/07/09 00:34 # 답글

    역시나 우리나라도 많은 축구만화를 만들어냈군요.
    월드컵을 맞아 재발굴되었음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teese 2014/07/09 03:05 # 답글

    그리고 보니 대본소에 좋은 축구만화가 참많았는데 통 제목들 가억이 않나네요.
    다시 뒤져보고 싶군요
  • 우악우악 2014/07/09 12:18 # 답글

    빵야빵야는 월드컵 본선 진출해서 마라도나도 찬조출연(?)하고 헝가리를 9:0으로 대파하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 납니다.
    결승전 상대가 러시아 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러시아 골키퍼 로스케(...)가 빵봉투의 봉투를 벗겨버려서 정체가 드러나는 것까지
    보고 그다음은 못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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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되리라,

낡고 슬픈 이 땅에선
환희는 빌려야만 하고,

고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득하니까.

노래하라,
언덕들이 응답하리라

탄식하라,
허공에 흩어지고 말리라

메아리들은 즐거운
소리에 춤을 추지만

너의 근심은 외면하리라.



기뻐하라,
사람들이 너를 찾으리라

슬퍼하라,
그들은 너를 떠날 것이다.

사람들은 너의 즐거움을
원하지만

너의 고통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즐거워하라,
그러면 친구들이 늘어날
것이다.

슬퍼하라,
그러면 그들을 다 잃고
말 것이다.

네가 주는 달콤한 술은
아무도 거절하지 않지만

인생을 한탄할 때는
너 홀로 술을 마시게 될
것이다.



축제를 열라,
그럼 너의 집은 사람들로
넘쳐나리라

굶주리라,
세상이 너를 외면할 것이다.

성공하여 베풀라,
그것이 너의 삶을
도와주리라.

하지만 아무도 죽음은 막지 못한다.

즐거움의 방들엔
여유가 있어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다.

하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는

우리 모두는 한 줄로
지나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