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찜찜한 Cuvie 씨 신작 'VANITAS' 화예술의 전당

사실 이 작가님 작품이 거의 다 이렇지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꺼리는 물건너 여류 만화가 Cuvie의 신작 단편만화인 VANITAS에 대하여.

깔끔하고 예쁜 그림체와 대조되는 차갑고 냉정한 스토리가 좋은 평을 받으며 어둠의 세계에서는 물론 빛의 세계에서도 꾸준히 활동하시는 작가분으로, 국내에서도 '도로테아 마녀의 철퇴'가 학산에서 정발되었으며 비교적 최근작인 청년지 작품 '나이트메어 메이커' 역시 꿈과 가상현실, 진실에 대한 테마를 소재로 설득력있는 전개를 보여주며 주목받으며 현재 발레 소재의 작품도 한창 연재 중이신데요.

이 VANITAS는 한때 '아키소라'가 연재되기도 했던 아키타 서점의 만화잡지 챔피언RED 이치고의 원고를 모은 1권 분량의 단편으로, 몽마인 서큐버스와 인큐버스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 형식의 세미 옴니버스물입니다. 일반적인 수위가 있는 서큐버스물…하면 그냥 단순한 에로망가를 떠올리기 쉽지만, 역시나 여사님 작품답게 각각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소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건 하나도 없는데다가 되려 찜찜하고 씁쓸한 뒷맛을 한스푼 맛보는 듯 했습니다.

저도 워낙 유리멘탈이라 요즘엔 비교적 밝고 가벼운 작품들만 보고자 하지만 마치 무서워하면서도 공포영화를 계속 보는 것처럼 Cuvie 씨 작품은 매번 우울해지면서도 신작이 나올 때마다 찾게 되더라구요.













"나는 몽마. 나를 한번 안으면 당신은 그 대가로 인생의 1년을 잃게 돼. 명심하라고."


"나는 음마. 시간을 되돌려주는 대가로 너를 안겠어.그래도 좋아?"









인간 이성과 하룻밤을 보내면 그 대가로 한번에 인간 남성 1년치의 시간을 가져가버리는 서큐버스 메리지느와 반대로 그 품에 안은 인간 여성에게 1년씩 시간을 되돌려주는 데지레. 한 몸에 서로 다른 영혼과 정반대의 능력을 가진 이 두 주인공이 수십 수백년의 시간을 보내며 다양한 인간군상과 벌이는 각자의 이야기들이 쭉 펼쳐지는데요.

당연히 그들이 스쳐간 인간들의 면면도 가지가지라서, 메리지느의 미모에 혹한 어느 프리타 청년은 그대로 성교 몇번에 청춘을 송두리째 날려버리고 자신이 호감을 가지고 있던 동료 여직원의 고백을 뒤늦게야 알게되서 후회에 몸부림칩니다. 또 데지레에게 끌렸던 어느 여대생 역시 앞뒤를 생각하고 그한테 안겨서 결국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어린 아이가 되면서도 그에 대한 욕망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들구요.

하지만 오히려 메리지느와의 만남을 계기로 인생의 충실함을 알게 되어 전세계 규모의 기업을 일궈낸 CEO도 있었으며, 몽마의 연인으로서 평생을 함께 한 그와 메리지느의 사랑은 애틋하였지만 이렇게 좋게 끝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습니다.

한술 더떠 여성에게 젊음을 돌려주는 데지레의 능력을 악용하여 그의 경고를 무시하고 70대, 30대를 훌쩍 넘어서도 주변에서 괴물이라고 경멸당하면서도 젊음을 즐기는 모녀가 있는가 하면 중세시대의 어느 여왕은 아름다움을 되찾은 자기 몸을 이용하여 동생을 유혹해 자신의 부정을 숨기고 전남편의 영지를 멸망시키는, 악마들마저도 벙쪄서 혀를 찰 정도의 악행을 보여주니 참 뭥미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

그렇게 인간들의 욕망과 악의를 접하며 영원의 시간을 보내는가 했던 메리지느와 데지레는 결국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되며, 마지막에 홀로 남아 "언젠가 또 만나자"며 이별사를 대신하는 메리지느의 그 한마디도 묘하게 쓸쓸한 느낌을 주더라. 아무튼 또 보고 잠깐동안 멍~했다니까요. 그렇게 씁쓸해하면서도 계속 찾게 되니 이게 바로 Cuvie 작품들의 매력인가 봅니다?


이상 Cuvie 씨의 청년지 신작 단편 단행본 VANITAS에 대한 주저리~ 였습니다. 7월초에 와니매거진에서 나올 예정인 이분의 신간 상업지 色めく彼女도 기대하면서, 모든 분들에게 포스가 함께 하시기를.

덧글

  • 제6천마왕 2014/06/23 22:08 # 답글

    올해 초 번역된 작년분 단편들을 보니 달달한 순애가 많아서 "이 누님이 뭔 바람이 불었나......." 했는데 그 뒤의 연재분들이랑 지금의 이걸 보니 역시나 어디 안 갑니다.-_-;;;;;;
  • Dustin 2014/06/23 22:14 # 답글

    Cuvie가 다크해지고 있군요.. 좋은 현상입니다. <=
  • 궁굼이 2014/06/23 22:46 # 답글

    근데 그러면 저 두 몽마가 서로서로 안아주면 어떻게 되는건가요?
  • 함월 2014/06/23 23:15 # 답글

    그럼 여자가 몽마를 안고, 남자가 음마에게 안기면 복구되겠군요!
  • Scarlett 2014/06/24 12:18 #

    우와 발상의 전환 쩌네요....
  • 블랙하트 2014/06/23 23:24 # 답글

    그러니까 시간을 가져가고 되돌려준다는게 시간이동이 아니라 한번할때마다 육체가 1년 나이를 먹고, 1년 젊어진다는 건가요?
  • 듀얼콜렉터 2014/06/24 02:33 # 답글

    저도 단행본 나온다는 소식 듣고 이게 뭔고 했더니 위와 같은 스토리가 나와서 뭐 벙 쪘다죠. 상업지와 양지 활동을 잘 병행하며 활동하고 계시네요, 흠좀무 ㅎㅎㅎ.
  • 라이네 2014/06/24 16:20 # 답글

    전 내일쯤엔 단행본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cuvie씨껀 어지간하면 거진 다 사고 있고 이번 달에서 성인지 한 권 나오던데 말이죠. 과연 어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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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되리라,

낡고 슬픈 이 땅에선
환희는 빌려야만 하고,

고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득하니까.

노래하라,
언덕들이 응답하리라

탄식하라,
허공에 흩어지고 말리라

메아리들은 즐거운
소리에 춤을 추지만

너의 근심은 외면하리라.



기뻐하라,
사람들이 너를 찾으리라

슬퍼하라,
그들은 너를 떠날 것이다.

사람들은 너의 즐거움을
원하지만

너의 고통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즐거워하라,
그러면 친구들이 늘어날
것이다.

슬퍼하라,
그러면 그들을 다 잃고
말 것이다.

네가 주는 달콤한 술은
아무도 거절하지 않지만

인생을 한탄할 때는
너 홀로 술을 마시게 될
것이다.



축제를 열라,
그럼 너의 집은 사람들로
넘쳐나리라

굶주리라,
세상이 너를 외면할 것이다.

성공하여 베풀라,
그것이 너의 삶을
도와주리라.

하지만 아무도 죽음은 막지 못한다.

즐거움의 방들엔
여유가 있어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다.

하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는

우리 모두는 한 줄로
지나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