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살다보니까 별게 다 DVD로 나왔더라 동영상의 찬미

80년대 한국로봇만화의 흑역사 중 하나에 대해서.

아마 제가 가지고 있는 애니메이션 DVD 중에 가장 제작시기가 오래된 작품들 둘이 바로 이 '철인삼총사'와 오른쪽의 '트랜스포머 THE MOVIE'. 양쪽 다 한국인 감독님이 지휘하시고 제작시기도 1983년과 86년으로 얼추 비슷하지만 그 퀄리티는 가히 하늘과 땅 사이의 넘을 수 없는 17차원의 벽만큼이나 차이가 나는데요. 명작급인 오른쪽 트포 극장판이야 설명이 필요없고, 이번에는 저 왼쪽의 철인삼총사에 대해서 썰을 풀어보려고 해요.







박승철 감독님이 완구회사 삼성교재의 지원을 받아 1983년 12월에 개봉한 극장판 로봇애니메이션 '철인삼총사'. 벌써 20년도 더 된 물건이라 극장에서 직접 보신 형님들은 춘추가 꽤 되셨을테고, 저도 카세트드라마로 먼저 접하며 나중에 야 비디오로 빌려봤는데요.

태권V의 놀라운 성공 이후 한동안 쏟아져나오던 국산 로봇만화들 중의 하나로, 이 작품 역시 완구회사의 지원을 받은 만큼 주역인 철인로보트의 디자인은 물건너 전대물 전자전대 덴지맨의 다이덴진에 건담 머리통을 갖다붙여놨지요. 저 다이덴진은 아카데미에서 '혹성전자'라는 이름으로 프라모델을 내놓고 그외 염가형 완성품 완구도 많이 풀렸는데, 그중에서 특히 저 철인판 건담 머리를 붙인 제품이 한때 '레어판 혹성전자'로 아이들 입에 오르내린 적도 있었습니다. 완구 이야기는 이쯤해두고요.






썰렁~한 내부. 애초에 존재 자체가 희박한 옛날 고리짝의 비디오테이프 소스를 어쩌다 복원하고 케이스도 포스터들 짜집기해서 2007년에 얼렁뚱땅 내놓은 물건이라 부클렛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그나마 DVD에 컬러프린팅이나 입혀준게 다행인데. 여기선 잘렸지만 위에 보시면 철인 씨는 또 퍼스트건담의 빔라이플을 들고 있지만 극중에서 총쏘는 장면은 하나도 안나오구요.






역시 포스터 대충 캡쳐해넣은 시작화면. 그래도 또 1시간 분량을 10개로 나눠서 소소하게 챕터별 재생을 넣어준건 괜찮더라구요. 또 카셋트 드라마에서 추출했는지 메인메뉴와 챕터재생 화면에서 주제가 두 곡인 '철인삼총사''소년특공대'를 깨끗한 음질로 틀어주는 것도 플러스. 이 두 노래는 참 흥겨운게 좋았거든요.
[철인삼총사 OP - '철인삼총사'] [철인삼총사 OST - '소년특공대']






대망의 본편 감상. 내놓은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리마스터같은건 생각도 안했겠지만, 진짜로 비디오테이프 그대로 소스변환환 그 자체인지라 화면은 지글거리고 소리도 잡음이 심하며 전체적으로 워낙 시뻘개서 눈이 아픕니다. 비디오테이프 열화가 워낙 심했나봐요. 아니 애초에 어릴적 기억을 떠올려보면 열화 전에도 그렇게 좋은 화질은 아니었구요.

어쨌든 세명의 주인공인 지구방위대 대원인 주인공 천중과 히로인 현우, 그리고 전라도사투리가 구수한 개그캐 동네북(…) 군입니다. 지구방위대 대원으로서 이후 철인삼총사에 각각 탑승하게 되지요. 보면 캐릭터디자인은 알게모르게 '은하선풍 브라이가'의 느낌이 좀 납니다.






주역 메카인 '철인로보트'의 탄생과정이 또 약간 재미있습니다. 사실 제목의 철인삼총사는 500년전 외계인 오리온성인의 침략에서 지구를 지켜낸 과거의 유산이며, 현재는 우주에서 작전수행 중 실종되어 설계도 일부만 남아있지만 그걸 토대로 도토리박사가 빠진 부분을 보완해 만들어낸게 바로 저 철인로보트.

그러나 겉보기와는 달리 처음 완성되었을 때도 가히 고철 수준이었는지라 테스트 겸 탑승한 천중과 현우를 아주 애를 먹였는데요. 그러다 다시 재침공해오는 오리온에서 망명한 평화주의 과학자 티코 박사의 힘을 빌어 다시 개조를 받아 그제서야 주인공다운 성능을 지닌 슈퍼로봇으로 다시 태어나는데, 그전에 두번째로 시험탑승할 때 천중 군이 투덜거리며 내뱉은 대사가 인상깊었습니다.


"어이구 이런 고물로봇트로 또 무슨 고생을 시키려고…야, 염불이나 외워두자!"


…그래도 다시 타본 다음에는 와 정말 굉장하다 근사하다 감탄하며 순순히 전용기로 쓰게 되지만요.



원래 다이덴진의 변형기믹인 우주선 형태로의 변신도 어설프게나마 재현. 구매의욕이…생기시나요?







당시 한국애니메이션이라면 피할 수 없는 흑역사. 그외 다른 캐릭터나 메카 등이 다 어디서 많이 보신 분들입니다. 위 왼쪽의 과격파 오리온 함장님은 딱 란바랄 아저씨 면도한 모습이며 오른쪽의 지구 파일럿분도 건담에서 적당히 따왔고, 아래 천중이 타는 모함 우주탱크는 덴지맨에서, 또 오른쪽 오리온 전함은 우주전함 야마토에서. 뭐 이런 시절이었으니까요.






사실은 아직도 기능이 보존된채로 남아있다는 500년전의 오리지널 철인삼총사를 탐색하러 나선 카르도니아 성계로 떠난 천중 일행을 따라온, 역시나 익숙한 오리온쪽의 전투로봇들. 딱 보시는대로 지온군의 자쿠가 그 성능을 인정받아서 오리온 성계에 수출되었으며, 특히 걍은 독자적인 개조를 거쳐서 가슴 양쪽에 메가입자포가 탑재되었습니다!(거짓말)



현우와 동네북이 철인삼총사 탐색을 계속하는 사이에 천중이 철인로보트를 타고 나가 오리온 로봇들과 사투를 벌이는데. 이들이 숫자를 활용해서 양쪽에서 붙잡고 남은 애가 쏘는 다구리의 정석을 구사해서 위기에 몰리지만 오리지널 철인삼총사들이 깨어나 지원하여 역전승을 거둡니다. 또 (아무래도 좋지만) 철인1호는 500년전에 이미 파괴되었기에 철인로보트가 1호 자리를 대신하고, 2호와 3호는 각각 현우와 동네북이 탑승하게 되었지요. 이들도 다이오저와 마크로스에서 디자인을 따왔는데 또 영상에서는 모습이 다르고, 에라이 모르겠다!!

무사히 철인을 찾아내어 지구로 돌아오던 주인공 일행은 마침 진군 중인 오리온 주력함대를 발견하여, 비록 모선인 우주탱크를 잃긴 했지만 이들을 싸그리 블랙홀로 몰아버리는 쾌거를 이룹니다. 우주선을 버린 대신 철인들에 탑승하여 귀환하게 되구요.





본성의 지원함대가 싸그리 전멸당한 것을 알게된 오리온 지구선봉대의 함장은 폭주하여 가지고 있는 핵무기로 지구를 먼저 멸망시킨 뒤에 별을 차지하겠다고 난동을 부리는데, 사실 오리온이 500년전에 지구를 침략한 것도 핵전쟁으로 모성이 황폐화된게 원인이라서 약간 주저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대한민국의 특수부대가 대활약! 철인삼총사가 오리온 군대를 정면습격해서 화려하게 싸우는 양동작전을 펼칠 때 정유관을 통해 오리온 전함에 잠입하여 핵무기를 전부 다 탈취하는 멋진 모습을 보입니다. 보통 이런 로봇만화에서 아군들은 죄다 쩌리가 되기 마련인지라 더욱 돋보이는데요. 다만 실사판 트랜스포머 시리즈처럼 정도가 지나쳐서 미군 만세!가 되버리는건 곤란하지만요.




결국 메롱이 되어버린 오리온 선봉함대이지만, 한때 여기 소속이었다가 탈출하여 철인의 개발에 도움을 준 오리온 온건파 티코 박사의 중재로 지구측과 평화협상을 체결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물자와 연료를 지원받아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며 이들을 철인삼총사가 배웅하는 모습으로 완결.

뭐, 대략 어릴 때는 재미있게 봤었는데 리뷰를 위해서 다시 보는 동안 그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 왜 그리도 길게 느껴지던지요;; '84태권V'나 '미래소년 쿤타와 버뮤다5천년'은 지금 봐도 나름 수작에 들지만 미안하게도 이 철인삼총사는 한국로봇만화들 중에서 놓고 봐도 썩 잘 만든 작품은 아니었다고 봐요. 으아하아암.



그렇게 되어 애초에 이런거 찾으실 분도 없겠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우연히 발견해 천원 주고 한장 사와서 간만에 되살려본 80년대의 추억 이야기였습니다. 말마따나 김밥 한줄 값이라서 가성비도 자시고도 없고 괜찮았네요. 그래도 추천해드릴 수준은 절대로 아니구요. 그냥 아 이런게 있냐? 하고 바로 잊어버리시면 딱 좋을 그런 흑역사의 한자락이었습니다.

그저 로봇이면 마냥 좋았던 어린 시절 동심을 떠올리며, 모든 분들에게 포스가 함께 하시기를.

덧글

  • 코토네 2013/03/03 20:11 # 답글

    저도 어릴 적에 저걸 봤었던 기억이 이제서야 나네요. 당시엔 재미있었는데 지금 다시 보면...(먼산)
  • 루루카 2013/03/03 22:05 # 답글

    철인삼총사... 극장에서 봤던... 당시 기념으로 모형 하나씩 줬는데,
    (2호기였나?)
    아카데미에서도 카피판이 나왔던 다이오져의 배부분과 팔을 담당하는 그 로봇이었다는...
    (DVD 표지에도 대략 그런 풍으로 생기긴 했네요...)

    저게 DVD로 나왔다니 놀랍네요...

    참, 머리가 건담 머리를 리뉴얼(?)했다는건 오늘 처음 알았어요.
  • 셔먼 2013/03/03 20:25 # 답글

    대한민국 특수부대는 시대가 시대인지라 M3 그리스건 비스무리한 걸 제식무기로 쓰고 있네요(...).
  • 무지개빛 미카 2013/03/03 20:29 # 답글

    어딜가나 주인공보다 특수부대가 할 일 다하네요.
  • 암흑요정 2013/03/03 21:07 # 답글

    여러가지 의미에서 둘 다 추억의 작품.....
  • 잠본이 2013/03/03 21:16 # 답글

    주인공들 얼굴은 아무래도 크러셔 죠의 죠, 알핀, 릭키를 따온 듯. (재킷 입은 것도 비슷하고)
    http://zambony.egloos.com/709908
    저 죠의 헤어스타일은 고유성님도 '혼'이라는 캐릭터에 응용하신 바 있는 당대의 인기 패션이었지요(먼산)
  • EST 2013/03/04 01:16 # 답글

    저도 크러셔 죠 생각을 했는데 잠본이님께서 언급을 해 주셨고...
    정작 본편은 못봤습니다만 당시 <철인삼총사>로고(?)박고 발매됐던 걍 플라모델은 사본 기억이 있습니다.
    걍도 아니고 이름이 '혹성 깽 로보트'였을거에요 아마 그게 OTL
  • 먹통XKim 2013/03/04 22:46 # 답글

    오래전 TV로 여러번 본 추억이 생각나네요
    도토리 박사가 티코 박사가 로봇을 타고 무단으로 나가자 마구 화내다가 발길질 하던 거 생각이 납니다
  • 먹통XKim 2013/03/04 22:49 # 답글

    비디오 가게 문닫을때 동네 가게에서 보이던 한국애니들을 싸그리 긁어모으던 적이 있는데

    은하함대 지구호나 철인 람보트,슈퍼타이탄 15, 다이야트론 5...........

    눈물겨운 표절 흔적이 보여서 보다가 괴롭더군요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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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되리라,

낡고 슬픈 이 땅에선
환희는 빌려야만 하고,

고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득하니까.

노래하라,
언덕들이 응답하리라

탄식하라,
허공에 흩어지고 말리라

메아리들은 즐거운
소리에 춤을 추지만

너의 근심은 외면하리라.



기뻐하라,
사람들이 너를 찾으리라

슬퍼하라,
그들은 너를 떠날 것이다.

사람들은 너의 즐거움을
원하지만

너의 고통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즐거워하라,
그러면 친구들이 늘어날
것이다.

슬퍼하라,
그러면 그들을 다 잃고
말 것이다.

네가 주는 달콤한 술은
아무도 거절하지 않지만

인생을 한탄할 때는
너 홀로 술을 마시게 될
것이다.



축제를 열라,
그럼 너의 집은 사람들로
넘쳐나리라

굶주리라,
세상이 너를 외면할 것이다.

성공하여 베풀라,
그것이 너의 삶을
도와주리라.

하지만 아무도 죽음은 막지 못한다.

즐거움의 방들엔
여유가 있어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다.

하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는

우리 모두는 한 줄로
지나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