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영원 - 90년대 감성으로 '잠깐' 재미있는 작품 게임의 추억

딱 예상대로의 전방 수류탄! 이었습니다. ㅠ

어제 막 받은 PS3의 '시간과 영원' 한정판입니다. 이미지에폭 개발에 반다이남코 브랜드로 내놓은 플삼용 오리지널 신작으로서, 'HD애니메이션RPG'를 표방하며 요즘 콘솔로는 드물게 2D애니메풍 그래픽을 전면에 내세운게 눈길을 끌었지요.

그러나 전투 동영상이 공개된 뒤 어째 20년전 메가드라이브의 샤이닝포스보다도 썰렁해뵈는 연출들이 드러나서 기대치가 팍 줄고, 거기다 지난주 한정판 예판도 60개 될까말까한 양만 풀고 닫아버리는 바람에 더더욱 빈축을 샀습니다. 어찌 되었든 물건을 받긴 했는데요.

한정판의 박스포장에 일본어가 쓰여있어 혹시 내가 일판을 잘못 샀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그냥 일본서 박스를 받아서 스티커만 붙인 것.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인트라링스니까요. 이건 뭐 그러려니 하고 CD와 화보집 외에 전에 빠졌다고 잘못 알려진 커스텀 테마 다운로드 코드도 확실히 들어있었습니다. '괴물 이야기'로 유명한 VOFAN 씨 일러스트도 화사한게 겉보기는 정말 괜찮았네요.






부록인 아트웍스북도 크기는 작지만 내용은 충실한편. 원캐릭터디자인과 일러스트 외에 실제 게임에 쓰인 애니메이션 디자인도 그리 나쁘지는 않으며, 특히 반남이 미치지 않는 이상 본편에는 절대 나올 일 없을 공주님 웨딩드레스 안의 빤추(…) 설정까지 충실하게 실어줄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오른쪽 맨아래의 저분은 프리큐어 모 시리즈의 이스 양?


여기서 잠깐 옛날 이야기를 하자면 제가 어릴 때 슈패미나 메가드라이브보다 더 갖고 싶었던 게임기가 바로 PC엔진 계열과 메가CD였습니다. CD매체의 초장기였던 이 두 기기로 나온 '천외마경'이나 '슈비빔맨', '란마1/2' 등의 게임에 실린 애니메이션 데모와 음성이 당시로선 정말 놀라웠거든요.

물론 요즘에야 삼다수와 피습, 비타같은 휴대용기기에서도 음성에 보컬곡에 동영상이 흔하게 쓰이고 이에 비하면 그때 PC엔진 등의 동영상은 말그대로 gif파일에 입만 뻐금대는 수준도 많지만 그래도 한때는 정말 동경했던 기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왜 뜬금없이 십년도 더된 PC엔진이랑 메가CD 얘기를 꺼내는가 하면 말이지요….






게임 본편을 잠깐 잡아보니 진짜로 옛날 그 시절의 디지털코믹하는 기분이 물씬 풍겼습니다.

정보 공개 당시나 또 패키지의 표현에서도 '끊기지 않은 HD급 애니메이션'을 강조하건만 실상은 캐릭터 대사 말할 때마다 짧은 영상을 보여주는 것 뿐이며, 패턴이 다양하긴 하지만 결국 반복적인데다 그냥 일반적인 물건너 RPG의 캐릭터 대사창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광고에선 마치 영상처럼 나온 단체회화씬도 컷 재활용이고, 아직 초반이지만 게속 하다 보면 결국 물릴 것 같았어요.

역시 프로모션에서 보여줬던 결혼식 당일의 습격장면 영상은은 그래도 큼지막한 화면으로 다시 보니 역시 눈이 즐거웠네요. 거기다 성우진도 굉장히 화려해서 일단 더블 히로인 토키와 토와 역에 하나자와 카나키타무라 에리, 그리고 친구들 역에도 유카나와 노토 마미코 씨까지 나오니 버틸 수가 없다! 남주는 뭐 누가 했던 관심없고. 물건너평대로 워낙 한심한 친구라서 진짜 히로인이 아깝더라구요.






밖에서의 회화는 거리에 따라 전신 혹은 허리 부근까지의 그래픽으로 표현. 각 캐릭터가 말할 때마다 시점이 종종 전환되는데 쉴새없이 계속 움직이니 심심하진 않습니다.(아직까지는요.) 이동은 대화컷 거의 그대로 3D 배경을 FPS와 비슷하게 공주님 등짝을 보며 이동하며, 당연한 소리지만 저기서 아무리 애써도(?) 판치라는 안나옵니다. 하지만!






문제의 그 전투. 과거로 날아온 토키의 첫번째 싸움들입니다. 일단 메뉴얼에는 '액션'이라고 자칭하고 있으며 방향키로 좌우앞뒤 움직이고 ○로 기본공격, □로 특기에 그외 좌우 눌러서 방어나 아이템창 불러오기 등 있으니 역시 액션이 맞기는 한데요. 단 '발키리 프로파일'이나 '남코 크로스 캡콤'' 시리즈들과는 비교불가이며, 버튼만 적당히 누르면 끝납니다.

거리에 따라 근접에서는 대검, 원거리에서는 사격으로 자동전환해 싸우는데 이게 그냥 버튼 연타라 지루한 감이 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동료가 추가되지 않고 오로지 토키 혹은 토와 혼자서 싸우는 관계로 더더욱 괴로워진다고 하더라구요. 포인트 배분으로 성장방향이 달라진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한명 뿐인지라. 옆에서 아기공룡 드레이크가 도와주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도우미 수준이구요. 그나마 이번에야말로 근거리 공격시 나오는 토키 양의 판치라 연출이 포인트? (엣취)






한정판 특전 부록 테마 중의 하나인 토와 양입니다. 역시 화사해서 좋네요.



이래저래 말이 많았는데 장점과 단점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장점:

- 캐릭터들이 예쁘다. 목소리도 좋다.

- 초반 어느정도까지는 움직임을 보는게 즐겁다.

- 영상 화질이 정말 좋다.

- 3D로 표현된 배경도 예쁘다.


● 단점:

- 반복되는 애니메이션 패턴이 질린다.

- 전투가 단조롭고 시시하다. 근거리 원거리 공격에 특기와 아이템 사용이 전부다.

- 거기다 평생 솔플이다. 다양한 동료들 설정이 아깝다.

- 남주 성격이 정말 이상해서 몰입하기 어렵다. 죽기 직전에도 나 멋있지라며 낄낄대다가 혼난다.

- 클리어평을 들어보면 시나리오도 이상하다. 어설프게 디즈니풍 환타지 흉내내다만 것 같다.

- 시점이 거의 다 고정된다. 이동 때가 특히 심한데, 이건 던전RPG가 아니다.



한마디로 겉보기는 정말 예쁜, 심하게 말하면 HD급 플래쉬 게임같았습니다. 마치 2D애니메이션풍의 콘솔용 RPG를 만들자!는 기획 하나만 내놓고는 나머지는 그까이거 대충대충 얼기설기 만든 것 같으며 일단 그 특징 하나는 좋은데 다른 것들은 죄다 부실해보여요.

뭐 애초에 기대가 별로 크지 않았으니 폭탄~ 이랄 것까지도 없고 말그대로 전방 수류탄! 비록 직접제작은 아니지만 반남의 새로운 흑역사로서 잘하면 올해 KOTY도 노려볼만할 것 같습니다.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든다!는 분께도 한정판 구입은 되도록 말리고 싶고 일반판 신품 역시 별로 권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어차피 수량도 적지만 중고도 금방 풀릴 것 같구요.--; 특이한 콜렉션 정도로만 기억에 남을듯 해요.




저는 이왕 샀으니 어쩔 수 없고, 예전 PC-88, 98용 게임들 클리어하던 근성으로 그저 공주님만 바라보며 도전할 생각입니다. 반남은 벌써 이거 수영복이나 온천 DLC 이런거나 내놓고 있던데 중요한게 그게 아니라고 이 사람들아! ㅠ

참으로 '왕년의 반다이 브랜드'스러운 작품이었네요. 모든 분들에게 포스가 함께 하시기를.

덧글

  • 큐베 2012/10/12 18:09 # 답글

    ......아니 왜 JRPG에서 솔로 플레이?!

    동료없이 혼자서 진행하는 JRPG가 몇개 있고 성공한 것도 있건만 그래도 당황스럽군요.
  • 요르다 2012/10/12 19:07 #

    이 게임이 여기저기서 인원 끌어와서 간신히 시간에 맞춘것을 생각하면, 동료들까지 애니메이션으로 그릴 여유가 없었을 뿐이 아닌가 싶...
  • 셍나 2012/10/12 18:13 # 답글

    그래도 캐릭터는 이쁘네요 (...)
  • 나이브스 2012/10/12 18:16 # 답글

    저런 시절이 있었죠
  • 홍당Ι아사 2012/10/12 18:23 # 답글

    [홍당]딱 예상했던 대로의 시험작?
  • 요다카바 2012/10/12 21:02 # 답글

    한정판은 그래도 싸게 나왓으니 괜춘한듯 하던데말입니다
  • 콜드 2012/10/12 21:25 # 답글

    그래도 케릭터는 이쁘군...
  • 센프 2012/10/12 22:00 # 답글

    기나긴 외도끝에 반다이가 돌아왔군요!

    암 그라제! 반다이는 똥을 만들어야 제맛이제!
  • 듀얼콜렉터 2012/10/12 23:56 # 답글

    정말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그래픽이네요, 에취.
  • 원더바 2012/10/13 00:25 # 답글

    전 그래서 아키바 가서 폭락한거 싸게 집어올 생각입니다(..)
  • 검은월광 2012/10/13 00:34 # 답글

    비쥬얼에 혹해서 안 사길 잘 했군요.
  • JH 2012/10/13 01:52 # 답글

    시도는 좋았어요
  • 유키치 2012/10/13 01:53 # 답글

    하나카나는 도대체 성우일을 몇개나 해먹는건지.. 굉장하긴 하다만..
    그리고 이 게임 소식을 어디서 들었던거 같은데 이런 느낌이군요. 흐음..
  • 에델슈타인 2012/10/15 00:35 # 답글

    가디언즈 소드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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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되리라,

낡고 슬픈 이 땅에선
환희는 빌려야만 하고,

고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득하니까.

노래하라,
언덕들이 응답하리라

탄식하라,
허공에 흩어지고 말리라

메아리들은 즐거운
소리에 춤을 추지만

너의 근심은 외면하리라.



기뻐하라,
사람들이 너를 찾으리라

슬퍼하라,
그들은 너를 떠날 것이다.

사람들은 너의 즐거움을
원하지만

너의 고통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즐거워하라,
그러면 친구들이 늘어날
것이다.

슬퍼하라,
그러면 그들을 다 잃고
말 것이다.

네가 주는 달콤한 술은
아무도 거절하지 않지만

인생을 한탄할 때는
너 홀로 술을 마시게 될
것이다.



축제를 열라,
그럼 너의 집은 사람들로
넘쳐나리라

굶주리라,
세상이 너를 외면할 것이다.

성공하여 베풀라,
그것이 너의 삶을
도와주리라.

하지만 아무도 죽음은 막지 못한다.

즐거움의 방들엔
여유가 있어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다.

하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는

우리 모두는 한 줄로
지나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