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변이 심하게 느껴지던 만화 두편 화예술의 전당

'용랑전'과 '공작왕'의 이야기입니다.

먼저 썰을 풀어볼 꺼리는 물건너 만화잡지 소년매거진에 연재 중인 야마하라 요시토의 '용랑전'. 국내에서도 찬스가 막 창간한 96년 초창기에 연재되어 꽤나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지요. 내용은 삼국지를 무대로 한 판타지액션물로서, 삼국지를 좋아하는 고등학생 주인공 아마치 시로와 친구 이즈미 마스미가 수학여행 중 알 수 없는 힘에 의해서 진짜 삼국지의 전장 한복판에 떨어져서 겪게 되는 사건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유비의 진영에 신세를 지게 된 시로는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서 당시 형주에 머물고 있던 유비가 곧 피난길에 오를 것을 대비해 대책들을 세우고, 아직 이 시대에 없던 '연'을 이용해 복병으로 위장시킨 작전을 꾸미는 등 치밀한 두뇌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또 머리만 쓰는게 아니라 좌자에게서 선술과 운체풍신술을 배워 위기시에는 소년만화 주인공답게 주먹으로도 대활약하지요.

거기다 삼국지 인물들과 적측 오리지널 캐릭터 '오호신' 등의 배분도 아직까진 적절해서 특히 초반부 조자룡과 황시호의 창술 대결은 백미였습니다. 적벽대전에서도 연환계에 대한 주유의 화공을 거꾸로 이용해서 되려 오를 밀어붙이는 방통의 지략도 볼만했구요. 거기에 이어진 시로와 허공, 조조와 중달(가짜)의 격돌도 명장면이었으며, 여기까진 재미있었는데….


그뒤의 전개는 다들 아실겁니다. 적벽대전에서부터 이제 삼국지와 완전히 갈라져 오리지널 스토리로 나가는데 여기까지가 작가분 한계였는지 이야기가 좀 꼬이는데요. 주인공 시로는 왠 북두유권 쓸만한 거구의 타락한 신선들과 싸워서 또 지가 무슨 건담 F-91도 아니고 실체와 유사한 분신술을 발동해 그 '무신' 관우를 한번 넘어뜨리는 장면에선 진짜로 어리벙벙.

거기에 이어지는 흉노족 스토리도 썩 훌륭한건 아니라서 대랑인지 되랑인지 집채만한 멍멍이가 튀어나오지를 않나 후반부 가면 아예 삼국지 인물들은 두서너명 나올까말까했으니 이럴거면 삼국지라는 배경을 뭐하러 써먹었나 싶었네요. 초반의 인기포인트였던 '삼국지의 시대에서 미래를 알고 지략을 구사하는 현대 소년의 활약'이 그냥 삼국소환고딩깽판물이 되버렸으니 에구구.

그나마 2부 중원요란편은 다시 대륙으로 돌아와 마초와 황충, 감녕 등의 무장들도 제법 비중있는 모습을 보이지만 스토리는 완전히 선을 넘어가버렸고. 그냥 삼국지의 인물들이 드문드문 출연하는 마데인저팬 무협만화 정도로 보고 있지요. 10년 넘게 찬밥인 위나라 무장들 좀 살려주세요 진짜. 여러가지로 결말이 궁금한 작품입니다.









그 다음은 오기노 마코토 씨의 '공작왕'에 대해서입니다. 1980년대 위클리점프에 연재되었으며 현재 일본 모든 퇴마물의 기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인데요. 그런 기념비적인 만화가 어떻게 역변되었는지는 그냥 윗짤만 봐도 한눈에 바로 들어오실겁니다. 작화 뿐만 아니라 내용도요 ㅠ

'마계도시' 시리즈와 함께 물건너에서 퇴마물, 전기물의 붐을 일으키고 여신전생 시리즈는 물론 현재의 인기작인 페르소나에까지 영향을 준 '공작왕'. 전세계 괴담과 전설에 나오는 귀신과 악령들을 작가의 세밀한 화풍으로 그로데스크하게 표현하며 20세기말의 섹슈얼&바이올런스한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고, 요즘 미디어물에서도 자주 쓰이는 밀교와 음양도의 진언 '임병투자개진열재전'과 무기 금강저 역시 여기서 유명해졌습니다.

초반부는 밀교의 본산 우라(裏) 고야 소속의 젊은 퇴마승 공작이 각지의 요괴와 악마를 퇴치하는 옴니버스물이었지만 중반 이후 제3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나치잔당과 마계의 수호승 팔엽대사 등이 등장하며 이야기는 점차 커져가며, 인류를 지키는 공작명왕을 수호신으로 지닌 공작과 반대로 세계를 멸망시킬 천사왕(天蛇王)의 운명을 타고난 누나 토모코가 각성함에 따라 클라이막스를 달리지요.

또 공작왕에 대한 반전도 흥미진진했는데, 원래 빛의 신이던 공작왕은 과거 어둠의 피조물들을 가엾게 여겨 스스로 타천하여 악마들의 편에 선적도 있으며 이때 그와 함께 한 동료가 바로 천사 루시펠이었던 사탄. 그러나 어디까지나 빛에 핍박받는 생명들을 구하고자 했던 공작왕에 비해 사탄은 영혼까지 어둠에 팔아넘겨 악마의 왕이 되고, 그 역시 인간인 봉황의 몸에 깃들어서 공작과 대결하는 장면도 감탄 또 감탄이었습니다.

비록 어릴 때 '소년공작왕'이라는 온통 다 잘린 해적판으로 접했지만 명장면들이 줄줄이 기억날 정도로 정말 재미있게 봤고, 나중에 대원에서 정발해주었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그 인기애 힘입어 OVA와 극장판, 게임 등 다양한 미디어가 나왔고 OVA '환영성'을 기반으로 한 메가드라이브용 액션게임은 국내에서 '온달장군'으로 수정되어 발매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그대로 끝났으면 물건너 퇴마물의 전설로 남았을텐데….


그뒤 이어진 2부 '퇴마성전'부터는 슬슬 요상한 낌새가 풍깁니다. 적어도 작화 쪽은 아직 문제없고 스토리도 다시 1부 초반의 옴니버스 방식의 퇴마물로 돌아왔는데, 어째선지 전작서 보여준 전설과 신화들을 다룬 대서사시들은 사라지고 잔인하고 선정적인 사건과 상황 연출만이 주가 되며 삼천포로 빠지기 시작했는데요. 그나마 요시츠네편은 볼만했는데 나머지는 그럭저럭. 그림도 덩달아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하구요.

거기다 마지막으로 나온 3부 '곡신기'는 정말 최악 중의 최악인지라, 윗짤 보시다시피 1부와 비교하면 확 떨어진 그림은 물론이요 스토리도 원작 모독수준입니다. 공작왕의 영원한 히로인 아수라는 뜬금없이 퇴장해 한동안 리타이어하고 그외 일광이나 해봉 등 과거에 멋지게 활약한 동료들도 형편없이 격하되어 찌질대다 마구 죽어나가는 알 수 없는 전개가 이어지구요. 결말은 또 우리들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로 소드마스터 뺨치게 후닥닥 막을 내리니 벙쪄버렸습니다.

3부는 진짜 표지부터 멍했고, 내용은 더더욱 멍멍했지요. 혹시 딴 사람이 이어그렸나 이름 확인해도 오기노 마코토 씨 본인 맞으니 막막해져서 한숨만 나오더라. 다른 작품들인 '권총신'이나 '야차카라스'도 안좋은 평만 듣고 금방 끝나버린데다 가장 빛나는 명작이었던 공작왕까지 이리 되버렸으니 에구 참 진짜로 정말.


이렇게 잘 보던 작품들이 휘청거리는걸 보면 이래저래 우울해지지요. 두 작가분 다 건강에 큰 문제가 있었으니 그 영향도 좀 있던걸까요? 용랑전은 그렇다쳐도 지난 세기의 대히트작 공작왕이 저렇게 무너져버릴 줄은, 1부 아니 2부 퇴마성전 보던 와중에도 꿈에도 생각못했던지라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요. 이는 마치 샤론 스톤 아주머니가 나이 오십 다 되서 출연한 '원초적 본능2' 봤을 때 느꼈던 애매한 기분과 비슷했습니다.(엣취) 그러고 보면 20년 넘게 죠죠 한 작품으로 작화와 센스가 여전히 쌩쌩하신 아라키 히로히코 씨가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스레 실감하게 되네요.

한때 정말 재밌게 봤던 두 만화의 추억은 영원하기를. 모든 분들에게 포스가 함께 하시기를.

덧글

  • Merkyzedek 2012/09/26 17:37 # 답글

    용랑전은 그렇다챠도 공작왕은 정말 대격변인데요.. 이우혁, 키쿠치히데유키씨 작품과 함께 퇴마물의 일세를 풍미했는데 말이지요.
  • 암흑요정 2012/09/26 17:39 # 답글

    강산도 변해버리는 세월..... 명작도 추락하는구나.
  • 天時流 2012/09/26 18:49 # 답글

    저 두작품도 그렇고.... 김용 작가도 이상하죠.. -_-;;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천룡팔부등 개작한다고 한 작품들이 개작을 넘어 개악을 해버린 경악스러운 일이....;;
    진짜 루머로 떠돌았던 대필 부분을 다시 수정했다고 한게 사실인가도 싶어지는 수준으로 바뀌어져버린...;;
  • SeaBlue 2012/09/26 21:30 #

    아, 그렇게 나온 작품들은 이름만 도용한 '가짜' 김용들의 작품입니다. 본인은 이미 오래 전에 녹정기를 끝으로 절필했지요.
  • RNarsis 2012/09/27 01:58 #

    아니 정말 김용이 개작했어요.
    녹정기 이후 절필했다가 죽기 전에 각종 설정 오류들을 수정하겠다고 대폭적으로 손을 보기 시작했는데...

    설정 오류는 사라졌지만 스토리가 개악.
  • 天時流 2012/09/27 09:55 #

    SeaBlue // 우리나라에 김영사판으로 나온 판본을 이야기 하는 겁니다. 이게 김용이 개정 한다고 하면서 개악시킨 판본을 번역해서 출간된 것들입니다.. 내용들이 심히 이상해진... ㅠㅠ
  • DAIN 2012/09/26 18:53 # 답글

    공작왕 곡신기는 작가가 "요즘 젊은이들이 일본 신화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아서" 그리기 시작했다 어쩐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뭐 딱 교육적인(?) 수준이긴 합니다. ㅎㅎㅎ
  • teese 2012/09/26 19:05 # 답글

    용랑전은 실역사 무장들이 너무 약하게 그리는게 좀...
    관우 장비가 같이 덤벼도 황비호도 못이길 그런 느낌, 장료는 그냥 배나온 아저씨로 밖에 안보입니다.
  • 魔神皇帝 2012/09/26 19:06 # 답글

    공작왕은 그냥 1부만 있다고 생각하렵니다-ㅂ-;;
  • Tao4713 2012/09/26 19:38 # 답글

    공작왕은 어릴때봐서 기억은 잘 안나지만, 그 나이때도 천사왕까지는 정말 명작이었다고 느꼈죠. 그런데........(먼 산)
  • Centigrade_D 2012/09/26 20:32 # 답글

    공작왕은 지금은 그림체가 너무 바뀐데다가, 작가도 예전 그림체로 그리라고 욕을 졸라게 먹어도 예전처럼 못 그린다고 하더라고요
  • tarepapa 2012/09/26 20:54 # 답글

    용랑전은 차라리 그림체가 어느정도 보기에는 좋은 방향으로 바뀐거라 넘어가도 공작왕은 그림체가 도리어 퇴보되버려린 느낌이라 처음에는 다른 작가가 그린건가?란 생각이 들었을 정도죠.
  • 콜드 2012/09/26 21:26 # 답글

    얼마만에 보는 용랑전이냐...
  • 百合哲人 2012/09/26 23:02 # 답글

    용랑전...참 오랫만에 보네요.
  • 무상공여 2012/09/27 00:30 # 답글

    빛과 어둠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가 한낱 마신으로 추락했던 공작왕.

    저지른 죄로 인한 숙명을 끝내 못 벗어나고 자신의 이야기마저도 나락에 떨어지는 신세가 되었는가~

    오점을 안고 있었기에 세상을 구원했던 힘도 고작 웃음거리로 전락할 운명이 되었는가~

    공작왕의 슬픈 숙명을 생각하면 작품의 몰락과 따로 보이지가 않습니다. 으헝헝 (1부는 5번은 봐야 하는 작품)
  • 유령회원 2012/09/27 11:30 # 답글

    용랑전은 딱 그냥 이고깽...
  • 매드캣 2012/09/27 12:56 # 답글

    공작왕은 아무리 봐도 과거에 어시스턴트가 그린게 아닐까 할 정도로 현재의 그림체가...
  • 듀얼콜렉터 2012/09/27 15:20 # 답글

    공작왕에 웁니다, 1부는 정말 명작이었는데...
  • 코알라인간 2012/09/27 18:26 # 답글

    충격적!
  • 풍신 2012/09/27 21:37 # 답글

    오기노 마코토씨는, 어째 점점 그림체도 스토리도 퇴화 되어가는지...정말 2부에서 갑자기 1부의 주요 캐릭들이 마구마구 죽어나가면서 부터는 정말 대책이 없죠. 1부의 공작명왕 설정은 날리고 일본신들을 끌어들이더니...그런데 2부는 그래도 그림체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3부 곡신기는...
  • 에델슈타인 2012/09/28 03:43 # 답글

    용랑전은 조조 중달전에서 미래로 돌려보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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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되리라,

낡고 슬픈 이 땅에선
환희는 빌려야만 하고,

고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득하니까.

노래하라,
언덕들이 응답하리라

탄식하라,
허공에 흩어지고 말리라

메아리들은 즐거운
소리에 춤을 추지만

너의 근심은 외면하리라.



기뻐하라,
사람들이 너를 찾으리라

슬퍼하라,
그들은 너를 떠날 것이다.

사람들은 너의 즐거움을
원하지만

너의 고통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즐거워하라,
그러면 친구들이 늘어날
것이다.

슬퍼하라,
그러면 그들을 다 잃고
말 것이다.

네가 주는 달콤한 술은
아무도 거절하지 않지만

인생을 한탄할 때는
너 홀로 술을 마시게 될
것이다.



축제를 열라,
그럼 너의 집은 사람들로
넘쳐나리라

굶주리라,
세상이 너를 외면할 것이다.

성공하여 베풀라,
그것이 너의 삶을
도와주리라.

하지만 아무도 죽음은 막지 못한다.

즐거움의 방들엔
여유가 있어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다.

하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는

우리 모두는 한 줄로
지나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