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호텔 직원과 동질감이 느껴질 때 주절주절 포스

아아 훈훈한 곳이었어요.
공부 안하면 저처럼 됩니다.


금년 9월에 혼자서 일본여행을 다녀온적이 있습니다. 해외여행은 전에도 경험이 있지만 죄다 친구, 가족과 함께 간 단체여행이었고, 이번에 용기내서 한번 혼자서 자유여행을 계획하고 준비도 많이 했지만 역시 막상 공항 내려서 막막한 기분이 드는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일단 인천까지 버스타고 가서 비행기 타고 딱 나리타 공항에 내린 건 좋은데 그걸로 끝. 단체여행에서야 그대로 가이드 따라서 버스타고 시내로 향하면 그만이었지만 뭐 여기선 아무도 챙겨줄 이가 없었죠. 일단 일본어도 읽기는 어떻게 된다 해도 듣기도 먹먹하고, 말하기 쓰기는 가히 현지 유치원생만도 못한 실력이었으니.

진짜 말도 안통하는 외국 한복판에서 잠깐 어버버하다가 전에 찾아본대로 지하철 타는 칸 찾아서 표 끊고 케이세이 타고 렛츠 고고. 거기서 같은 한국인 여행객 한분 만나서 반갑게 이야기 좀 하다가 닛포리에서 헤어지고 스가모에서 내려서 카모가와라는 호텔을 찾아가게 된 것이었던 것이었던 겁니다.



대략 이런 곳.


깔끔한 로비로 들어가니 남자직원분이 맞으며 유창한 일본어로 뭐라뭐라 해주시는데, 일드나 만화에선 얼기설기 알아듣겠던 말이 왜 그리고 못알아먹겠는지. 아무튼 여권과 여관예약표 뽑은 프린트를 보여주니 '아 외쿡인이구나!'라는 표정으로 직원분 얼굴이 굳어지는데, 이제부터 만국공용어인 잉글리쉬 스피킹을 시작했습니다.


(직원 분 시계 가르키며) "아, 디스 이즈 11 어 클락. 위 (뭐래더라) 룸 2 앳 클락 플리즈!"

- 체크인이 2시부터라는 소리였습니다.


"아, 오케이! 아윌비 백 인더 이브닝!, (가방 건네주며) 디스 백 플리즈."

"오케이오케이! 땡큐!"


그리고 밖에서 놀다가 저녁에 다시 호텔 들어오니까 다른 직원분들 계시더라구요. 다시 여권 보여주니 아~ 하시고 키 주고 가방은 방에 놨다고 하고 아침식권 주면서 식사는 일곱시부터 가능하다고 일본어로 얘기하는데 대충 그런 내용인가 싶어서 하이하이하고 방에 올라갔습니다.

그뒤에는 뭐 딱히 호텔 직원분이랑 얘기할 일은 없었죠. 어디 나갈 때 키 맡기고 들어올 때 다시 찾으면서 인사하고 뭐 그 정도.

근데 이틀째 사고가 터졌는데, 글쎄 방의 문이 안열려서 꼼짝없이 복도에서 오리알 신세가 된겁니다. 그날 놀고 들어와서 밤 10시 정도에 근처 24시간 마트에서 야식꺼리를 사가지고 왔는데 제가 뭘 잘못 돌렸는지 문이 안열리더라구요. 열쇠 넣고 아무리 돌려도 꿈쩍안하길래 할 수 없이 엘리베이터 옆의 전화기로 SOS를 청했는데….


(직원분)"네, 프론트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대충 이런 내용)

"스미마셍, 디스 이즈 18th 플로어!"

"아, 하이!"

"더 도어 이즈 브로큰!"

"아, 오케이!"



그리고 조금 있다 직원분 올라와서 해결해주셨는데…그게 열쇠를 꽂아넣고 바로 밀어 열어야지 돌리거나 하면 이머전시 락이 되서 절대 안 열린다나 뭐라나.

"디스 도어 에…라이트, 잊즈 이머전시 록!"

"예스, 오케이! 아리가또고자이마스!"

"하이, 아리가또고자이미스."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의사소통이 다 통했죠. 꼭 유창한 외국어 필요없이 꼭 필요한 핀포인트(?)만 찾아서 어떻게든 얼기설기 대충대충~ 서로들간에 영어 실력이 대등하다 보니 그 외국인 호텔직원분들과 뭔가 알 수 없는 동질감이 느껴지고 왠지 친근한 기분도 들고요. 요즘 물거너는 방사능 크리도 터지고 이래저래 심란해서 또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또 갈 일이 있으면 다음엔 좀더 일본어 공부를 해둬야겠습니다.


아아 그래 영어 어려운건 어디나 마찬가지였다. 모든 분들에게 포스가 함께 하시기를.

덧글

  • ChristopherK 2011/11/19 17:50 # 답글

    희한하게도 영어는 못하는 사람끼리 또 잘통해요(.)
  • 그네소년 2011/11/19 18:04 # 답글

    ㅠㅠ..사실 일본은 영어를 잘해도 그다지 소용이 없지요...
    저도 올해 1월에 다녀왔는데...읽기는 거의 못하고..듣기랑 말하기만 아주 조금 되는 상태로 갔습니다. (...) 아주 조금 밖에 못하니까 저도 결국 영어로 말을 하게 되었는데...이 사람들 영어가 제 일본어 수준..lllorz... !!!!
    결국 만국공통 바디랭귀지로... :)
  • 원더바 2011/11/19 18:42 # 답글

    그러고보니 문득 떠오른건데, 예전에 들렀던 후쿠오카 만다라케 직원은 영어 잘하더라구요(..)
  • 알트아이젠 2011/11/19 18:57 # 답글

    으음, 외국에 나가도 어떻게든 다 되는거군요.(?)
  • 듀얼콜렉터 2011/11/19 19:01 # 답글

    전 한번 일본에 갔을때 영어로 말을 거니 그 사람이 도망가서 이후엔 안되도 일어로 할려고 합니다 +_+
  • 요르다 2011/11/19 19:03 # 답글

    엇 저도 올해 여름에 스가모 카모가와로 갔었는데! 사진이 너무 낮익군요ㅎㅎㅎㅎㅎ
  • 望月 2011/11/19 19:08 # 답글

    진짜 재밌겠네요, 물론 보는 사람 입장에서만!
  • 펜치논 2011/11/19 20:20 # 답글

    무희님이 일어를 잘 못한다는게 신기한 1人
  • 宮崎 白 2011/11/19 23:54 # 답글

    ........... 일본에서 영어 통할줄 알았다가 큰코다친 사람이 여기있습니다.
    못알아들어요..........
  • 제드 2011/11/20 00:01 # 답글

    세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는 영어가 아니라 어설픈 영어다 라는 말이 있죠 -_-)a
  • Spearhead 2011/11/20 01:26 # 답글

    일본 가서 영어로 물어봤을 때 저한테 영어로 제대로 대답해준 사람은 딱 둘 있었습니다.
    똑같이 관광 왔던 외국인 아저씨와 경찰(...)
  • RiKa-★ 2011/11/20 01:40 # 답글

    옛날에 오사카에서 경찰한테 영어로 길물었더니 분실물 보관소로 안내 해줬어요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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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되리라,

낡고 슬픈 이 땅에선
환희는 빌려야만 하고,

고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득하니까.

노래하라,
언덕들이 응답하리라

탄식하라,
허공에 흩어지고 말리라

메아리들은 즐거운
소리에 춤을 추지만

너의 근심은 외면하리라.



기뻐하라,
사람들이 너를 찾으리라

슬퍼하라,
그들은 너를 떠날 것이다.

사람들은 너의 즐거움을
원하지만

너의 고통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즐거워하라,
그러면 친구들이 늘어날
것이다.

슬퍼하라,
그러면 그들을 다 잃고
말 것이다.

네가 주는 달콤한 술은
아무도 거절하지 않지만

인생을 한탄할 때는
너 홀로 술을 마시게 될
것이다.



축제를 열라,
그럼 너의 집은 사람들로
넘쳐나리라

굶주리라,
세상이 너를 외면할 것이다.

성공하여 베풀라,
그것이 너의 삶을
도와주리라.

하지만 아무도 죽음은 막지 못한다.

즐거움의 방들엔
여유가 있어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다.

하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는

우리 모두는 한 줄로
지나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