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수능'은 참 빨리 돌아오지요 주절주절 포스

2012 수능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나라 10대 청소년들 최대의 관심사 중 하나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드디어 내일입니다.

저도 한땐 여기에 청춘을 불살랐지만 그것도 이젠 10년전 일이라서, 말마따나 남일이 된지 오래되었으니 작년 수능 때가 엊그제같은데 앗? 하는 사이에 벌써 1년이 지난걸 알겠네요. 원래 군생활 포함해 남의 일은 참 빠르지요. 전진 씨가 소집해제 얼마 안남았단 소리 듣고 깜짝 놀랐었습니다.

처음 치렀던 20세기 마지막의 2000 수능은 멋지게 물말아먹고 학교 친구 몇몇이랑 다음해 겨울 바로 재수학원 종합반에 들어갔는데, 그때 저녁에 식당서 밥먹으면서 TV로 "밀레니엄 00학번 그들은 누구인가?" 이런 뉴스 봤을 때 뭐긴 뭐야 학생이지 하면서 시부렁거렸던 생각이 납니다.

가끔 주말에 대학생된 동창 친구들이 위로차 찾아오면 겉으론 웃으면서 속으론 좀 열폭열폭ㅠ하고, 그래도 두번째 수능서는 나름 열심히 공부해서 무사히 합격하고 어느새 군대가고 졸업하고 취직하고 지금에 이르렀는데요.



돌이켜보면 수능 보기 직전 바로 그날이 지금껏 제 인생에서 가장 똑똑했던 것 같아요. 우리 나라 역사와 각지방 특산물, 자연환경을 줄줄 꿰고 생물의 호르몬과 소화과정을 논하며 동서양의 철학사조에도 능통하고 그외 수학과 정치, 사회문화 분야에도 통달하였으니.(엣취)

그 흔적으로 남은게 수헤리베 붕탄질산 플네나마 알규인황 염아칼칼 주기율표에 크카나마 알아쇠리 주납수구 수은백금 등등. 근데 반응성 높은게 어느쪽이더라?

예전에 대청소하다가 수능때 모의고사 하나 풀었던 시험지를 발견했는데 분명 글씨는 내가 쓴게 맞건만 이게 도대체 뭔소리인지 --; 나중에 내 자식이 커서 이과가서 수학2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물어보면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갈테다.

또 저희 부모님, 특히 어머님도 연년생인 兄(99학번)에 이어 제가 한번 미역국을 먹는 바람에 근 3년동안이나 수험생 뒷바라지를 하며 고생하셨지요. 제가 두번째 수능보고 막 원서쓸 때야 어머니도 각 대학 원서접수현황, 입시 경쟁율, 논술 출제 경향 등을 샅샅이 훓어보시고 가히 도사에 가까우셨는데 지금이야 뭐… 예전에 한번 물어보시길 "수능이 지금 400점이니, 500점이니?" "글쎄요 저도 모르겠어요."

지금은 제 어린 사촌동생들도 전부 다 대학생이 되서 말그대로 완전히 다른 사람 일이 되어버린 수능입니다만 그래도 다들 모두 화이팅! 전부 다 잘 보면 소용없으니 이 글 보시는 바로 본인만 잘 보시기를. 아니 하긴 수험생분이 지금 이런 글 읽을리가 없지 않나;;

수능인데 낼 저희 회사는 걍 정시 출근입니다. 모든 분들에게 포스가 함께 하시기를.

덧글

  • 이로동 2011/11/09 17:31 # 답글

    그리고 관동별곡이 나옵니다.
  • 알트아이젠 2011/11/09 20:35 # 답글

    이쪽도 정시출근입니다. 그나저나 수능본지도 9년이 넘었군요.
  • 望月 2011/11/09 23:38 # 답글

    수능과는 이미 머나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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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되리라,

낡고 슬픈 이 땅에선
환희는 빌려야만 하고,

고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득하니까.

노래하라,
언덕들이 응답하리라

탄식하라,
허공에 흩어지고 말리라

메아리들은 즐거운
소리에 춤을 추지만

너의 근심은 외면하리라.



기뻐하라,
사람들이 너를 찾으리라

슬퍼하라,
그들은 너를 떠날 것이다.

사람들은 너의 즐거움을
원하지만

너의 고통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즐거워하라,
그러면 친구들이 늘어날
것이다.

슬퍼하라,
그러면 그들을 다 잃고
말 것이다.

네가 주는 달콤한 술은
아무도 거절하지 않지만

인생을 한탄할 때는
너 홀로 술을 마시게 될
것이다.



축제를 열라,
그럼 너의 집은 사람들로
넘쳐나리라

굶주리라,
세상이 너를 외면할 것이다.

성공하여 베풀라,
그것이 너의 삶을
도와주리라.

하지만 아무도 죽음은 막지 못한다.

즐거움의 방들엔
여유가 있어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다.

하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는

우리 모두는 한 줄로
지나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