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칸더V - 그 20년의 트라우마 동영상의 찬미

지금도 기억에 남는 가장 격렬하고 슬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꺼리는 대한민국의 1980년대 키드에게 잊을 수 없는 바로 그 만화, 메칸더V(합신전대 메칸더로보)입니다.

미즈키 이치로 씨의 원곡을 아득하게 초월하는, 김국환 씨가 부른 국내주제가는 지금도 응원가로 쓰일 정도로 너무나 유명한 곡이며 '스타에이스', '초능력로보트 고바리안'과 더불어 80년대 MBC 로봇애니메이션의 트로이카로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인데요.

일단 기존로봇물에서는 부수적인 무장에 불과했던 '방패'를 전면에 부각시켜 스파이크가 잔뜩 달린 흉악하고 공격적인 이미지의 무기로 변화시킨 '메칸더UFO'(메칸더방패)는 메칸더V의 심볼이 되었으며, 그외에 공중제비를 돌며 발목에서 '죠스미사일'을 발사하는 트릭스타적인 움직임과 전통의 대검 무기인 메칸더맥스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또 유명한 것이 적콩키스탄 군다 괴수로봇과의 격투 외에도 항상 마지막에 발사되는 공포의 오메가미사일. 메칸더의 동력인 원자력엔진을 노려 발사된다는 설정으로 정확히 전투 후 5분이 지나면 여김없이 발사되어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의 연속이었고 이것은 나중에 로봇대전컴팩트3에서도 충실하게 재현되었지요.

그리고 제목대로의 이야기, 적의 지구침략 사령관인 메두사와 역시 외계인이었던 주인공 지미 오리온과의 관계에 대한 충격적인 전개도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다만 물건너서는 국내만큼의 인기를 얻기를 커녕 되려 마이너축에 속하는데요.

일단 작화를 보면 당시 다른 작품들에 비교해도 저예산티가 많이 나는지라, 출동과 합체 등의 뱅크컷 활용은 둘째치더라도 적로봇까지도 '양산형'이라는 설정을 붙여서 쓰고 또 써먹으며 급기야 새로운 주역메카를 디자인할 돈도 없어서 한번 파괴된 메칸더V 디자인을 그대로 재탕한데다가 마지막에는 결국 조기종영의 크리티컬까지 맞고야 말았던 겁니다. 에구구.





그러나 전투장면이 마냥 못봐줄 것만 널린건 아니었습니다.

나름 기억에 남는 굉장한 사투도 있었느니 바로 저 23화에 등장하는 로봇 드래곤드릴러와의 대결전!! 메칸더V를 1기와 2기로 나누는 보스격의 거물이지요.

콩키스타의 지배자 헤드론 황제가 직접 설계한 잠수함 메카타이거샤크 부대가 전부 합체하여 탄생하는 초강력 전투로봇. 위에 언급됐던 양산형들과는 확실하게 격이 다른, 단 1회만 나왔던 비중있는 악역메카이며 나오자마자 몸의 드릴을 전개하여 메칸더V의 상징 메칸더방패를 바로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무시무시한 위용을 보여주었습니다.





방패를 잃고 그외 메칸더V의 모든 무기가 통하지 않으며 결전병기 메칸더맥스검을 박아넣어도 드래곤드릴러는 끄떡도 하지 않는데. 그대로 메칸더를 감고 온몸의 드릴을 풀전개하여 지상으로 처박아 아무 저항도 못하던 메칸더는 그야말로 개박살이 나버리고야 맙니다.

이제껏 주역로봇이 고전하는 상황이라도 다른 일대 다수의 불리한 조건에서 최소 동귀어진하는 상황은 있었지만(마징가Z도 TV판서는 2대 1이었니) 이렇게 1대 1의 상황에서 완벽하게 일방적인 패배는 드물었으며 당시 어린이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안겨주고 다음날 학교에서도 온통 화제거리가 되었습니다.

저도 이때부터 '용 = 강하다'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얻게 되었지요.





그리고 극중 가장 격렬했던 사투 뒤에 이어지는 가장 슬픈 이야기.

드래곤드릴러에 직접 탑승하여 진두지휘하던 사령관 메두사는 승리를 기뻐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데, 사실 그녀의 정체는 20년전 콩키스타에 의해 멸망당한 별 가니메데 왕국의 여왕이며 주인공 지미 오리온의 어머니였던 겁니다. 강제로 사이보그로 개조된 여왕은 이때까지 일시적으로 본모습으로 돌아오던 때는 있었으며, 이번에도 격전의 후유증으로 인해 제정신을 차린 것이지요.

예전부터 자신과 함께 했던 애완로봇인 메카 잉꼬의 말을 듣고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여왕은 너무나 애타게 그리워했던 아들 지미를 찾아나오지만 막 다가가려는 순간 손이 다시 사이보그로 변하고 마는데…!





자신의 회복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이며 이대로는 다시 메두사로 돌아가서 결국 지미를 죽이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여왕님.

결국 꿈에서까지 그리던 아들 지미를 눈앞에 두고도, 항상 차고 있던 팔찌를 곁에 둔채로 눈물을 흘리며 드래곤드릴러로 돌아가 함께 자폭하여 폭사하고야 맙니다. 그리고 정신이 든 지미는 아무것도 모른채로 왜 어머니의 물건이 여기 있는지 궁금해할 뿐, 마지막까지 그는 진실을 알지 못합니다.




정말 이걸 공중파 라이브로 보던 8살 시절에는 그야말로 경악, 경악, 대경악에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무적의 메칸더V가 완전히 개발살이 나버린 것도 그렇고, 이제껏 뒤에 슬쩍 암시하고 가벼운 묘사만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이제나저제나 조마조마하게 했던 메두사=여왕과 지미 모자의 만남은 마침내 이뤄졌지만 너무나 안타까운 결말을 보여줬기에 한화 딱 20분에 이제까지 모든 에피소드를 뛰어넘는 대형충격의 연속이었던거죠 넵.

물론 메칸더V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으며 그뒤로도 2기가 진행되며 싸움은 계속되지만 그이후의 모든 이야기, 아니 당시 80년대말에 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로봇물을 통틀어서 이것보다도 더 인상적인 화는 없었습니다.

고전로봇물 재발굴의 장인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에도 컴팩트3에 이어 다시 한번 활약해줬으면 해요. 테라다 씨가 이 작품의 팬이라는 소리도 있고 하니, 이왕이면 이 에피소드도 충실하게 재현해서 이번에야말로 보다 나은 해피루트를 지양해줬으면.


메칸더V 23화의 제목은 '어머니여, 영원히 잠드소서'.


모든 분들에게 포스가 함께 하시기를.

덧글

  • Merkyzedek 2010/10/02 22:26 # 답글

    저도 굉장히 임팩트 있게 본 장면이지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 잠본이 2010/10/02 22:32 # 답글

    죽지마 여왕님 엉엉 T.T
  • 구라펭귄 2010/10/02 22:40 # 답글

    으엉 눈물이 ㅠㅠ
  • 히무라 2010/10/02 22:47 # 답글

    정말 눈물의 에피소드였죠...
  • 초효 2010/10/02 22:48 # 답글

    저만화 지구방위군이 대략 전투기만 빼고 매우 리얼했죠.

    출격기지가 야구장이고 호버크레프트로 이동된다는 점도 참 깨는 설정이었습니다.
  • 젠카 2010/10/03 00:18 # 답글

    아악; 이 추억의 명장면을...ㅠㅠ 저도 어린 나이에 엄청 인상이 깊게 남았습니다. 7년전(...)에 쓴 글로 트랙백해갑니다~
  • 코토네 2010/10/03 00:30 # 답글

    여왕님... ㅠㅠ
  • 리볼빙 2010/10/03 00:50 # 답글

    지금 시대에도 충분히 먹힐 만한 시나리오네요. 어휴
  • 나이브스 2010/10/03 01:32 # 답글

    날아오는 방패를 맞았구나 싶더니

    갑자기 몸에서 나온 드릴로 방패를 깨버린 저 장면은

    가장 임팩트 넘쳤던 장면이죠
  • 캡틴터틀 2010/10/03 01:34 # 답글

    저 부분은 당시 큰 인상을 주었습니다만...

    저는 중학생때 메칸더와 관련된 위의것과 다른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선 '스머프', '경찰청 사람들'에 저랑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더군요...
  • 듀얼콜렉터 2010/10/03 01:54 # 답글

    아, 기억나네요, 이 중요한 에피소드가 방영되는날 슈퍼에 뭐 사러 갔다가 슈퍼에 있는 TV로 대충 보게된 안습이 기억나네요... 정말 제대로 받다면 감수성이 예민한(?) 전 큰 충격 받았을듯 x_x
  • 리드 2010/10/03 05:06 # 답글

    건담의 토미노 요시유키가 연출에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죠.
  • 정군 2010/10/03 09:07 # 답글

    저도 아직 기억납니다. 최고였는데...ㅠㅠ
  • lchocobo 2010/10/03 14:50 # 답글

    애들에게 보여주기는 참 잔인했군요...이것이 희망고문..?
  • 듀라한 2010/10/05 00:26 # 답글

    음....리메이크되면 뜰 수 있을려나?요즘 열혈물이나 슈퍼계도 찾기 힘든데 적당히 리메이크해주면 뜰 수 있을것 같기도...너무 色깔있게만 하지 않으면....
  • 정현 2011/10/27 00:34 # 삭제 답글

    으아~ 기억납니다. 저거 보고 질질 울었어요. 가끔 꿈에도 나와요.
    으아~ 진짜 추억이다 추억 ㅜㅜ 소름이 쫙~ 잊고 살았었는데 한 번에 다 생각나네요. 노래도 생각나고...
    가사도 다~
  • 나그네 2019/06/16 08:39 # 삭제 답글

    다 큰 청년의 어머니인데 저런 미모라니 ㄷㄷ
    게다가 화끈하게 폭사하다니 최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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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되리라,

낡고 슬픈 이 땅에선
환희는 빌려야만 하고,

고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득하니까.

노래하라,
언덕들이 응답하리라

탄식하라,
허공에 흩어지고 말리라

메아리들은 즐거운
소리에 춤을 추지만

너의 근심은 외면하리라.



기뻐하라,
사람들이 너를 찾으리라

슬퍼하라,
그들은 너를 떠날 것이다.

사람들은 너의 즐거움을
원하지만

너의 고통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즐거워하라,
그러면 친구들이 늘어날
것이다.

슬퍼하라,
그러면 그들을 다 잃고
말 것이다.

네가 주는 달콤한 술은
아무도 거절하지 않지만

인생을 한탄할 때는
너 홀로 술을 마시게 될
것이다.



축제를 열라,
그럼 너의 집은 사람들로
넘쳐나리라

굶주리라,
세상이 너를 외면할 것이다.

성공하여 베풀라,
그것이 너의 삶을
도와주리라.

하지만 아무도 죽음은 막지 못한다.

즐거움의 방들엔
여유가 있어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다.

하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는

우리 모두는 한 줄로
지나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