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SF고전 '증손녀 모에물'! 화예술의 전당

이 제목은 절대로 낚시가 아닙니다.


뭐, '가장 인상적인 근친물'을 고르자면 이쪽이겠지만.





오랜만에 소개해드릴 꺼리는 북미SF작가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작품인 '시간의 블랙홀'(원제: Time for the Stars)입니다.

아서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와 함께 공상과학물의 대가 3인방으로 군림하는 하인라인 씨의 장기 중 하나는 바로 청소년용 과학소설인데요. 꼭 현학적인 주제나 특출난 소재없이 일반적인 구상들과 문체로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내는 것이 바로 그 장점이며 이 '시간의 블랙홀'도 그런 수작들 중의 하나입니다.

거두절미하고 바로 제목대로의 이야기, 작품에 대한 썰을 풀어보자면요―





약간 시니컬한 성격의 백인 청년 톰.
그에게는 얼굴은 꼭 닮았지만 성격은 조금 다른 일란성 쌍둥이 형제 패트가 있다.

서로를 좋아하고 위해주는 사이좋은 형제임은 분명하지만 톰은
'나는 뭘해도 패트를 이길 수 없었다'는 약간의 컴플렉스가 있었는데.



어느날 국영기업인 '장기계획재단'(LRF)의 초대를 받는 톰과 패트.
그들은 그곳에서 간단한 실험을 받아서 자신들이 시공간을 초월한 염화(念話)-
텔레파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재단이 추진하는
초장기 외우주 탐사 프로젝트인 '레벤스라움'의 참여를 권유받게 된다.



이 레벤스라움이란 광속의 항행능력을 지닌 우주선을 타고
외우주에서 인간이 거주가능한 지구형 행성을 찾아내는 계획.

그러나 항법의 발달을 통신분야쪽은 따라가지 못해서
지금 과학 기술로는 지구와 교신이 불가능하며,
그때문에 우주를 초월한 염화가 가능한 쌍둥이들이
한쪽은 지구에 남고, 한쪽은 우주선에 탑승하여 통신을 맡는다는 것이었다.



다만 광속여행의 부작용으로 인해(쌍둥이 패러독스)
지구와 우주선의 시간은 크게 달라지게 되며 수년의 계획동안
예상되는 지구의 소요시간은 그 몇배인 수십년! 단 급료와 복지는 최고수준을 보장해준다.



허나 이 프로젝트 자체가 약간 삐딱한 구석이 있는데
위에 말한대로 국영기업인 재단은 의료와 복지사업 등 손댄 일들이 너무 흑자를 내서
넘쳐나는 수익을 주체못한 끝에 겉보기에 괜찮다 싶어서 거창하게 시작해본게
바로 이 레벤스라움, 즉 별로 심각할 것도 없는 선전용 예산소비쇼였던 겁니다.
이것은 후에 중요한 복선이 되지요.



흥미를 느껴 받아들이면서도 약간 '귀찮다'고 생각한 톰은 지상근무를 지원하고
늘 호기심이 넘치는 동생 패트가 당연히 우주선쪽을 선택하지만…
훈련중에 사고가 발생해 부상입은 패트가 집으로 돌아오는 바람에
그 역할은 톰에게 돌아가고, 우수한 아스트로너츠였던 작은 숙부가
기술 담당으로 모험에 동참하게 됩니다.




염화능력을 지닌 다른 여러 쌍둥이 한쪽들과 함께 우주로의 긴 여행을 떠나는 톰.
그 와중에 다른 동료와 사랑과 이별을 겪고 또 목숨건 위기도 넘기는 등
여러가지 일들을 겪게 되는데.




그중 가장 큰 일이라면 그동안 이야기를 나눈 염화상대가
형제인 패트 대신 그의 증손녀인 비키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염화 능력은 꼭 쌍둥이들간의 전유물은 아닌게 밝혀졌다고.



활발한 성격의 요즘 여자애인 비키는 초등학생 시절
염화능력을 가진 자신을 '괴물'이라고 놀린 같은 반 남자애를
곤죽으로 만들어놓았다는 등의(…) 일상 이야기를 포함해서
증조부인 톰과의 대화를 마치 또래 친구들간의 채팅처럼 즐기는데요.
(실제로 둘의 육체적 나이는 얼마 차이도 안나고.)



다만 세대차로 인해서 톰은 그녀의 이야기를 반도 못알아먹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예)
비키: "있잖아요 할아버지! 오늘은 최상급생들이 퍼티를 모아서
학교에 이브너를 사주기로 했는데 졸업식날 다 같이 날리기로 했어요!"

톰: (퍼티는 뭐고, 또 이브너는 뭐냐?)




아무튼 탐험은 계속되어 첫번째 지구형 행성을 발견하고
또 두번째 지구 후보의 탐험도 계속되지만, 그곳에서 호전적인 야생생물의
습격을 당해 숙부를 포함한 많은 대원을 잃는 참사가 발생합니다.

고민 끝에 귀환을 결정한 톰 일행은 지구에 연락을 취하는데…?





여기서 뒤집어자는게 바로 주인공들이 항해하는 동안
혁신적인 수준의 새로운 워프항법이 발견되었으며
이미 1년동안 인류는 지구형 행성을 수십개는 발견해놨던 것이었으니!!

결국 톰과 친구들의 모험은 처음 기획대로 끝까지 삽질에 불과했다.




지구에서 마중나온 신형 우주선을 타고 4년 걸린 여행을
고작 사나흘을 거쳐서 지구에 돌아온 톰.


자신들이 4년간의 여정을 치르는동안
지구에서는 70년이 흘렀고, 그들을 위한 대대적인 환영식은 커녕
동네 지방신문의 가십기사에조차 "전세대의 노인들 귀환"이라고
짤막하게 실리는 이 작태를 볼작시니 한숨만 나오는데.



이미 팔순을 넘겼으며 지금은 은퇴한 사업가인 동생 패트와 재회하여
대화를 나눈 톰은 나오는길에, 그녀가 어릴 때부터 염화상대를 해줬던
증손녀 비키와 처음으로 만나게 됩니다.

어린 시절 여동생의 흔적이 남아있으면서도 듣던대로 훨씬 활발한 인상의
미인으로 자라난 비키.

허나 어쩐지 평소와 다르게 얼굴이 조금 달아오른듯한
그녀가 건넨 것은 바로 혼인신고서류였던 것이었던 겁니다.


"너…언제부터 나하고 결혼할 생각을 했던 거야?"


"할아버지랑 처음 이야기했을 때부터요."


그리하여 이야기는 해피엔드, 해피엔드.




이러한 증손녀의 할아버지 역키잡(…)은 둘째치더라도 반전과 유머 등이 잘 녹아들어간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또 이런 커플 기믹은 작가분의 취향이신지 다른 작품 '여름으로 가는 문'에서도 아직 10살인 친구의 딸을 타임리프를 통해서 이상적인 신부로 키워내는 주인공의 대활약을 볼 수 있구요.

이 '시간의 블랙홀'은 95년 한뜻출판사의 초판 이후로 제대로 된 소개가 이뤄지지지 않는게 아쉽지만 그외 로버트 A. 하인라인 씨의 작품군들 전부가 충분히 수작들입니다.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장르물을 찾는 분들께 권해드리고 싶어요.


어디 히카루 겐지와 프린세스 메이커가 부러울쏘냐.(엣취) 모든 분들에게 포스가 함께 하시기를.

덧글

  • hammer 2010/06/14 21:38 # 답글

    아...뭐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시험 끝나고 도서관 뒤져봐야 겠습니다.
  • 정의수호기사 2010/06/14 21:42 # 답글

    아놔 이런 과학범죄물은!?
  • 제6천마왕 2010/06/14 21:47 # 답글

    북미에 저런 선구자가 있었다니........(......)
  • 디트 2010/06/14 21:54 # 답글

    플롯만 보면 라노베라고 해도 믿겠습니다(.....)
  • 리볼빙 2010/06/14 21:58 # 답글

    솔로몬 케인 책을 봐서는 로버트씨가 암울한 문체에 내용만 쓰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군요 [...
  • 잠본이 2010/06/14 22:36 #

    솔로몬 케인은 로버트 하워드, 저 소설은 로버트 하인라인 (...)
  • theadadv 2010/06/14 22:06 # 답글

    4촌이니 아슬아슬인건가...
  • 더카니지 2010/06/14 22:15 # 답글

    하인라인 옹의 또 다른 작품 시간여행물 [여름으로 가는 문]에서도 로리소녀를 키잡하는 걸로 봐서는 분명 노렸습니다. 이거시 그랜드 마스터의 위엄. ㄷㄷㄷ
  • 개발부장 2010/06/15 00:15 #

    그러나 그래도 아무도 까지 못하는 것이 로버드 '전쟁의' 하인라인의 위엄.
    ...신에게 근간은 기본사양.(야)
  • Wolfwood 2010/06/14 22:21 # 답글

    어..............
    그러고보니 이걸 왠지 엄청 어릴때 읽었던 기억이?
    .....나는 이미 이쪽 길이 약속되어 있었던건가.
  • 2010/06/14 22:22 # 삭제 답글

    플롯만 보면 라노베라고 해도 믿겠습니다(.....)(2)
  • 은수저군 2010/06/14 22:24 # 답글

    뭔가 감동적인데요?(어이)
  • leaf 2010/06/14 22:25 # 삭제 답글

    중요한 포인트 하나는 톰은 부자라는겁니다. 꼬박꼬박 나온 월급 쌍둥이가 잘 불려둔 덕에...성공한 사업 지분의 반은 톰 거라는거!

    r. a. heinlein 이 원래 좀 저런 기질이 강합니다. 어린여자애 키잡도 좋아하고. 자손뻘 되는 여자애들이랑 사귀는 경우도 많고.....

    키잡은 간단하게 언급하셧지만, 다른걸 언급하자면....이상적인 결혼형태로 다부다처제를 주장하는데, 다부다처제에서 태어난 딸이 다시 처로 들어오는게 굉장히 명예로운일이라는 묘사라거나(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아주 오래사는 주인공이 고아가 된 여자애를 한명 구해서는, 양부인척하면서 키워서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산다거나(time enough for love) 게다가 이 작품의 주인공은 대놓고 자기 자손들이랑 결혼해서 잘살았다가 자랑인 엄청난 놈입니다 -.-

    대학생이 초등학생 꼬시는 이야기(have space-will travel)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 잠본이 2010/06/14 22:38 #

    >대놓고 자기 자손들이랑 결혼해서 잘살았다가 자랑인 엄청난 놈

    그분의 대활약(?)을 보실 분은 국내에 나온 '므두셀라의 아해들'을 보시압(위에 말한 얘긴 안나오지만)
  • 잠본이 2010/06/14 22:39 #

    >대학생 초등학생 꼬시는 이야기

    '은하를 넘어서(Have Spacesuit, Will Travel)'의 중요한 점은 그 초딩이 그냥 초딩이 아닌 초 천재소녀라는 거... 이거 진짜 어느나라 라이트노벨? OTL
  • leaf 2010/06/14 22:32 # 삭제 답글

    저 여자애 키잡의 놀라운점은 여자애가 "영아" 일때 구해서 다 클때까지 키운다음에 결혼해서 늙어줅을때까지 살았다.......
  • 히무라 2010/06/14 22:49 # 답글

    역키잡.... 무서워요!
  • 고가 2010/06/14 23:08 # 답글

    음, 이거 옛날부터 느꼈던 점인데, 명쾌하게 설명해주셨군요.

    전 하인라인은 로리콘인가.... 하고 생각하면서 여태 살았어요. ^_^;
  • 아즈마 2010/06/14 23:20 # 답글

    이, 이건 도대체!!!
  • ogion 2010/06/14 23:27 # 답글

    12척의 탐사대가 사실상 전멸에 가깝다는 거 아무도 신경안쓰죠.
  • rrr 2010/06/14 23:38 # 삭제 답글

    첫짤의 제목은 뭔가요?
  • 무념무상 2010/06/15 00:17 # 답글

    청...소년 물이요???

    이게 뭐야 무서워..
  • 효우도 2010/06/15 05:40 # 답글

    첫짤의 제목을 알려주세요. 현기증난단 말이에요.
  • 모아 2010/06/15 08:31 #

    칸노 히로유키와 엘프가 만나 탄생한 명작 어드벤쳐 세상 끝에서 사랑을 노래한 소녀 유노입니다. 아마 게임 디스크에 보너스로 수록된 일러스트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 유생리 2010/06/15 09:24 # 답글

    "사과해! 나의 그랜드 마스터는 이렇지 않아!"
    라고 외치고 싶군요.
    최곱니다. 로버트 씨. 영원히 추종할께요.
  • 셀키네스 2010/06/15 09:29 # 답글

    이건 뭔가요... 친척이라는게 좀 그렇지만 재미는 있을듯하긴합니다;;
  • 듀라한 2010/06/15 09:39 # 답글

    뭔가 재미있을것 같은데?!
  • 네리아리 2010/06/15 11:00 # 답글

    키잡이 최고란으!
  • 에뎀 2010/06/15 13:50 # 답글

    헉 줄이고 줄인 얘기만 봐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군요. 마지막의 훈훈한 결말에 막막 흥분됩니다. (…….)
  • 크로넬 2010/06/15 19:59 # 답글

    북미에 저런 분이 계셨다니...... 역시 세상은 넓고 기인이사는 많군요.
  • 炎帝 2010/06/18 23:00 # 답글

    천지무용 시리즈의 족보가 아스트랄하다 느꼈는데 북미쪽도 만만치 않았군요.;;;
  • 2010/06/18 23:1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AHYUNN 2010/06/18 23:43 # 답글

    You Know/
  • nd펜스 2010/06/19 03:06 # 삭제 답글

    생각해보니 톰의 직업이야말로 무사히 돌아오기만 한다면 꿈의 직업이네요
    무사히만 돌아온다면 생명당을 포함한 만만치 않은 월급이 몇십배 뻥튀기되서 들어오는거니...
  • J의 이야기 2010/10/07 21:27 # 답글

    우......우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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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되리라,

낡고 슬픈 이 땅에선
환희는 빌려야만 하고,

고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득하니까.

노래하라,
언덕들이 응답하리라

탄식하라,
허공에 흩어지고 말리라

메아리들은 즐거운
소리에 춤을 추지만

너의 근심은 외면하리라.



기뻐하라,
사람들이 너를 찾으리라

슬퍼하라,
그들은 너를 떠날 것이다.

사람들은 너의 즐거움을
원하지만

너의 고통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즐거워하라,
그러면 친구들이 늘어날
것이다.

슬퍼하라,
그러면 그들을 다 잃고
말 것이다.

네가 주는 달콤한 술은
아무도 거절하지 않지만

인생을 한탄할 때는
너 홀로 술을 마시게 될
것이다.



축제를 열라,
그럼 너의 집은 사람들로
넘쳐나리라

굶주리라,
세상이 너를 외면할 것이다.

성공하여 베풀라,
그것이 너의 삶을
도와주리라.

하지만 아무도 죽음은 막지 못한다.

즐거움의 방들엔
여유가 있어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다.

하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는

우리 모두는 한 줄로
지나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