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조금 밋밋했던(?) 작품들 동영상의 찬미

'재미없다'는 소리가 아니구요.

일단 국내개봉으로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극장판 신세기 에반게리온 파.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조조로 강변CGV에서 보고 왔습니다.

지난 8월 즈음 물건너서 상영을 시작했을 때 그날 오전 현지 모사이트서 바로 올라온 인상적인 감상글을 봤었는데,

「울궈먹기라고 비난하는 측과 아직 응원해주는 팬들 양쪽의 싸닥션을 더블로 날리는 전개, 충격, 절정, 환희,
  계속 달아오르다 특히 최종전의 그 피날레에서 당신은 신세계를 볼것이다 오오 에바 파를 찬양하라 오오」


↑대략 이런 내용이었기에 오 정말 그렇게 대단한가 하고 좀 놀라기까지 했습니다.

전작 서는 구TV판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지만 그래도 옛 추억과 비교하며 숨은그림찾기 하는 기분으로 달라진 점들을 찾아보면서 정말 재미있게 봤었고, 그렇기에 이번 파는 서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충격적이고 볼만하다길래 기대를 안할 수가 없었지요.

그리하여 이른 아침에 찬바람이 쌩쌩 부는 서울길거리를 걸어들어간 한적한 영화관에서 보게 된 파!

과연 그말 그대로 엄청나게 바뀌었더군요. 서와 TV판의 차이가 원조 스트리트파이터2의 류와 켄 정도의 세세한 차이점이 있다면 파와 TV판은 가히 스파3의 류와 켄 정도로 캐릭터와 전개, 구성, 스토리 등이 완전히 달라져서 이젠 누가 뭐래도 이건 엄연한 신작이다!

아무튼 TV판 완결 이후 지난 10년동안 발전한 기술의 격차를 보여주는 연출과 묘사를 보며 오오~하고 계속 감탄하는 동안 시간은 흘러흘러 드디어 고대하던 대망의 마지막 그 전투까지 갔는데….

솔직히 최종전과 그 마무리 또한 분명히 놀라웠지만 저 감상평에서처럼 극중 통틀어 최고의 충격이라거나 신세계? 이런 감정까지 느끼기는 어려웠습니다. 이런저런 해설들이 짧게짧게 들어가는게 약간 늘어지는 느낌도 있었고. 오히려 초중반의 전투보다도 임팩트가 좀 덜하더라구요.

굉장히 재미있게 본건 분명하지만 제목마따나 무슨 영화관람에서 깨달음(?)을 얻거나 깜짝쇼를 바란 것도 아닌데 요상한 기대를 지나치게 많이 한건지, 에구구;



비슷한 예로는 쿄애니에서 제작한 Key사의 시리즈들입니다. 특히 Air와 Kanon.

이 작품들이 실시간으로 방영되서 인기를 끌던 시기에 저는 막 군생활을 마치고 밀린 학업을 따라가고 또 그외 이런저런 자격증 공부 등으로 한동안 만화는 커녕 인터넷도 건들기 어려웠던 사정이 좀 있었는데요.

나중에 한숨 돌리고 나서 뭔가 괜찮은 것 없나 하다가 찾은 저 두작품들의 평가란게

「원작게임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온 역작! 각자의 이야기들이 하나로 모여질 때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몰려온다
  최고최고최고최고 감동감동감동감동~」


이런 식이고 또 군대 가기 전에도 그 명성은 익히 들어왔던지라 그 '감동'이란 요소에 주목해서 어느 주말 날잡고 두 작품을 한꺼번에 몰아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대를 지나치게 많이 해서 부담이 걸렸는지 '빨리 다 보고 나도 감동해야지' '어디서 감동해야 되지' 등등으로 '감동'에 너무 집착(?)해서 보니까 생각보다 밋밋하더라구요. 두 작품이 실제로 못 만들었다는 소리는 아니지만요.

그래서 또 몇년이 지나 클라나드가 나왔을 때는 반대로 감상이나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하고 등장인물 배경 설정 모든걸 생판 전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보니 훨씬 더 재미있었습니다.

뭐 결론은 이래저래 줏대없이 다른 사람의 의견에 크게 영향을 받는 제 얇은 귀 탓이지만요. 그래도 워낙 많은 작품들이 나오고 또 한정된 시간동안 지뢰를 피해서 보다 재미있는 물건을 찾기 위해 조언을 구하다보니 어느샌가 제 주관이 흐려진 탓도 있구요.

다시 에바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번 파 또한 서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분명 재미있게 봤으며 또 몇년 뒤에 나올 차기작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단 이번에야말로 이 쓸데없는 팔랑귀를 벗어나기 위해 또 신작의 개봉 시기가 다가오면 아예 작품에 대한 어떤 감상이나 평도 쳐다보지도 않으리라(엣취)

그때가 몹시 기다려지네요. 모든 분들에게 포스가 함께 하시기를.

핑백

  • 무희의 주절주절 포스 : 이런 10년만에 에바 증후군이 또 재발했네 2009-12-16 21:12:13 #

    ... 상평들이 올라오고 그리 큰 반향은 없이 조용히 지나갔는데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흘러 보게 된 이번 파. 서와는 다른 폭발적인 반응을 보고 기대가 지나쳤는지 약간 실망한 면도 있었습니다만 어쨌든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근데 다 보고 집에 왔는대도 이번엔 묘하게 머릿속에 계속 남아서 넷상에서 여러가지 관련된 정보를 뒤적 ... more

덧글

  • 악몽의현 2009/12/05 15:25 # 답글

    에어는 저도 감동을 느꼈지만 카논은.... 솔직히 원작을 몰라서 그런지 이해가 참 안 됐죠. 클라나드는 만족했습니다!
  • 시대유감 2009/12/05 15:29 # 답글

    마지막 전투는 템포로 보면 TV판의 그것이 더 낫다고 봅니다... 만, 신지 눈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부터는 별개죠.
    리츠코가 중간중간 끼어들어 부연설명하는 건 솔직히 저도 사족이었다고 봅니다. 아님 좀 짧게 하던가.
  • 라세엄마 2009/12/05 19:37 #

    솔직히 거기서 리츠코가 미사토랑 쿵짝하고 있었으면 카미나 님도 뛰어넘는 열혈이 되는건데! 라고 아쉬워 했었어요.
    ...후속편에서 뭔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상황에서 저정도로 멈춰준게 그나마 다행일까요.
  • 캡틴터틀 2009/12/05 15:30 # 답글

    각자 나름대로 재미있게 봤다는 표현을 독특하게 표현하려다 보니 조금 오버했을 수도 있겠지요.
  • 미미르 2009/12/05 15:49 # 삭제 답글

    전 다 모르고 보다보니 나름의 감동이 느껴지더군요 ^^;
    근데 다른분들의 자잘한 칭찬만큼은 아니였던거 같아요
  • 불신론자 2009/12/05 15:59 # 답글

    아...그런 의미에서 모두들 에바 파를 욕하면...
  • Niveus 2009/12/05 19:52 # 답글

    ...간단 감상 : 지금 에반게리온 파를 만드는게 아니라 아직도 그렌라간을 만들고 있는줄 아냐!?
  • Niveus 2009/12/05 19:53 # 답글

    솔직한 마음 기대가 너무 컸던것같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150짜리 작품일지라도 기대가 너무 크면(기대값이 200이라면) 실망하기 마련이죠.
    분명히 작품 자체는 명작(100보다 훨씬 좋은)인데말이죠.
  • 황제 2009/12/05 21:33 # 답글

    지나친 기대는 감동을 망칩니다.
  • 알트아이젠 2009/12/05 21:53 # 답글

    저는 그렌라간에서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 아레스실버 2009/12/06 00:33 # 답글

    Kanon은 걸작이라고 하기엔 좀 문제가 있는 작품이었고 Air는 아무래도 시대보정이 좀 있죠.
    토에이판 Kanon을 보고나서 쿄애니판을 보고난 카깃코들이 쿄애니를 찬양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당시엔.
    그에 비해 클라나드는 Kanon에서의 경험을 살려서 템포 좋게 잘 만들어낸 작품이죠.

    그리고 우리는 곧 EE를 외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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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되리라,

낡고 슬픈 이 땅에선
환희는 빌려야만 하고,

고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득하니까.

노래하라,
언덕들이 응답하리라

탄식하라,
허공에 흩어지고 말리라

메아리들은 즐거운
소리에 춤을 추지만

너의 근심은 외면하리라.



기뻐하라,
사람들이 너를 찾으리라

슬퍼하라,
그들은 너를 떠날 것이다.

사람들은 너의 즐거움을
원하지만

너의 고통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즐거워하라,
그러면 친구들이 늘어날
것이다.

슬퍼하라,
그러면 그들을 다 잃고
말 것이다.

네가 주는 달콤한 술은
아무도 거절하지 않지만

인생을 한탄할 때는
너 홀로 술을 마시게 될
것이다.



축제를 열라,
그럼 너의 집은 사람들로
넘쳐나리라

굶주리라,
세상이 너를 외면할 것이다.

성공하여 베풀라,
그것이 너의 삶을
도와주리라.

하지만 아무도 죽음은 막지 못한다.

즐거움의 방들엔
여유가 있어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다.

하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는

우리 모두는 한 줄로
지나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