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화백님이 그리신 던전앤파이터 만화 화예술의 전당

이번엔 박수동 화백님이 맡아주셨군요.



이미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오프라인의 지면 광고도 매달 꼬박꼬박 싣고 있는 온라인게임 '던전 앤 파이터즈'(이하 '던파').

최근에는 7080 시절부터 인기를 끌던 원로만화가분들의 광고만화를 게재함으로서 던파의 주고객층인 아이들, 학생들보다 조금 더 나이많은 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추억마케팅을 벌이고 있는데요. 예전에도 소개해드렸던 신문수 화백님에 이어 '심술통'의 이정문 화백님 작품 다음으로 드디어 박수동 화백님에게로 그 바톤이 넘어왔습니다.

한국만화를 논하는데 있어 박수동 화백님을 감히 빼놓을 수가 있을까요. 성냥개비로 그리는 독특한 화풍과 글씨로 일세를 풍미하며 한때 SBS의 마스코트로 이분이 그린 캐릭터가 쓰였었지.

65년 처음 데뷔하신 이래로 어린이만화는 물론 70년대 이후 한국성인만화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셨으며, 특히 가장 유명한 작품 '고인돌'은 그 과장된 명랑만화풍의 그림체에 에로틱을 절묘하게 블렌딩하여 본격성인극화로서 높은 인기를 끌고 일찌감치 롯데삼강에서 스크류바와 빠삐코 등등 빙과류의 CF로 등장하는가하면 90년대에는 OVA로 제작되기도 했지요.

어린이만화로도 '5학년5반 3총사', '별똥탐험대', 최근엔 웹툰으로 후속작이 나오는 '번데기 야구단'을 비롯해 홍길동전을 각색한 '홍길동과 헤딩박' 등등 걸출한 작품을 내놓으셨는데요.

특히 홍길동과 헤딩박은 그 환상적인 마무리(좋은 뜻), 라스트보스격인 중국 최고의 무술고수 왕빠우 도사와 사투를 벌이던 주인공 홍길동이가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 스승 백운도사가 알려준 비법을 써 거대로봇 가징마Z로 변신하여 왕빠우를 물리치는 감동적인 피날레가 아직도 가슴에 남습니다.

(당시 가징마의 손에 잡힌 왕빠우 도사의 절규: "세상에 인조인간으로 변하는 도술은 처음 본다!!!!")


…각설하고, 아무튼 故고우영 화백 다음으로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만화가가 바로 이분이신데요. 제목대로 광고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역시 최고의 히트작인 고인돌을 중심으로 한 그 이름도 '던파 고인돌'.

허나 최근엔 몸상태가 많이 안좋아지셨다는 루머가 사실인지 전성기 때에 비해 그림이 약간 열화되었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지만 그래도 수십년만에 다시 살아움직이는 정겨운 고인돌의 주인공들을 다시 보니 반가운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근데, 내용을 볼작시면 "던파가 WCG에 출전한대요"라고 기뻐하는 아들에게 가차없이 춉을 날리시며



"던파가 밥을 먹여주냐? WCG가 죽을 끓여주냐!"



라고 가슴을 후벼파는 현실적인 대사를 날리는 어머님의 모습을 보자니 이게 던파홍보만화인지 아님 안티만화인지…;

아무튼 이런식으로 추억의 작품들을 짧으나마 새로운 내용으로 매번 다시 보게 되니 기쁜 일입니다. 부디 이 기획이 좀더 오래 가서 다른 화백님들의 작품도 많이많이 만나봤으면 좋겠네요.

덕분에 던파에 대한 호감도가 꽤 올랐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포스가 함께 하시기를.

덧글

  • 알트아이젠 2009/11/12 20:56 # 답글

    전 '번데기 야구단'과 '고인돌' 그리고 롯데 스크류와 최근의 빠삐코...가 기억나네요. ^^;;
  • 아돌군 2009/11/12 21:01 # 답글

    구수하게 생긴 귀검사군요.
  • 아돌군 2009/11/12 21:03 # 답글

    그나저나 이대로 나가면, 김형배 화백님, 고우영 화백님이 나올지도...
  • 오래밝음 2009/11/13 03:31 #

    고우영 선생님은 이미 돌아가셨으니 나올 수가 없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 잠본이 2009/11/12 21:47 # 답글

    기왕에 납작코에 눈 땡그란 진짜 소년고인돌이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저 엑스트라스런 주인공은 OTL

    상황은 뭐 게임에 미친 아들과 그걸 못마땅해하는 엄마와 좋게 무마하려는 게임회사의 3자구도가 딱 현실 그대로 나왔으니 별로 할말은 없네요. (크게 어용스럽지도 않고 너무 삐딱하지도 않고 그냥 그대로 OTL)
  • 현골 2009/11/12 22:45 # 답글

    오 세상에... 박수동 선생님이라니.
  • 스티붕 2009/11/13 09:12 # 답글

    아니 번데기 야구단 후속작이 나오고 있었군요.
    구판 단행본 구질구질해질때까지 보던 명작인대..
  • lchocobo 2009/11/13 12:18 # 답글

    작중 어머니가 참으로.....훌륭하시군요..
  • 靑山 2009/11/17 22:21 # 답글

    벌써 60대시군요....아아...정말 늙어가고 있다는게 느껴집니다..
  • 아셰드 2010/09/17 11:39 # 답글

    이젠 70대이십니다

    1941년 생이시니..2010년부로 우리 나이 일흔..
  • 먹통XKim 2022/08/16 12:36 #

    아이고야...........12년전 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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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되리라,

낡고 슬픈 이 땅에선
환희는 빌려야만 하고,

고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득하니까.

노래하라,
언덕들이 응답하리라

탄식하라,
허공에 흩어지고 말리라

메아리들은 즐거운
소리에 춤을 추지만

너의 근심은 외면하리라.



기뻐하라,
사람들이 너를 찾으리라

슬퍼하라,
그들은 너를 떠날 것이다.

사람들은 너의 즐거움을
원하지만

너의 고통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즐거워하라,
그러면 친구들이 늘어날
것이다.

슬퍼하라,
그러면 그들을 다 잃고
말 것이다.

네가 주는 달콤한 술은
아무도 거절하지 않지만

인생을 한탄할 때는
너 홀로 술을 마시게 될
것이다.



축제를 열라,
그럼 너의 집은 사람들로
넘쳐나리라

굶주리라,
세상이 너를 외면할 것이다.

성공하여 베풀라,
그것이 너의 삶을
도와주리라.

하지만 아무도 죽음은 막지 못한다.

즐거움의 방들엔
여유가 있어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다.

하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는

우리 모두는 한 줄로
지나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