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 문화의 쇠퇴를 다시 한번 똑똑히 확인하면서.
90년대만 하더라도, 관광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전자오락실'이었습니다. 특히 콘도 리조트 등의 지하에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당구장, 노래방, 탁구장과 함께 전자오락실도 들어서 있는 것이 관례였지요.
당시 살던 집 주변에는(지금도) 오락실은 없었던 탓에 여름 휴가 때 가족이 피서를 떠나는 바로 그 때가 제가 전자오락실에서 놀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습니다. 한화에서 근무하는 친척의 회원증을 빌려서 설악산이나 백암온천 콘도에서 휴가를 보내곤 했는데, 거기에는 위에 말씀드린대로 오락실이 반드시 있었거든요.
그 때는 바야흐로 90년대 중반, 가히 전자오락실의 전성기였습니다. 지금은 전설이 된 스트리트 파이터2 시리즈는 물론이요 백전노장의 파이널파이트, 캡콤 횡스크롤 액션게임의 결정판 에일리언대프레데터와 D&D 쉐도우 오버 미스타라에 킹오파와 사쇼, 그외에 철권2, 버파2, 버추어캅과 스트라이커즈1945, 건버드, 라이덴 파이터즈 등등등- 언제나 아이들로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문전성시를 이뤘지요.
그러다가 兄과 제가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수험 때문에 여름의 가족여행은 중지.
거기에 또 10년이 지나서 대학을 가고 군생활을 마친 저는 여름에, 참 오랜만에 설악산 한화콘도를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짐을 푼뒤 별생각없이 예전 지하 1층의 그 오락실을 찾았지만- 아아 이게 무슨 일인가.
전자오락실은 크기가 반으로 줄어서 구석으로 몰려났습니다. 한창 사람많을 한낮인데 텅 비어있었습니다. 게임들 역시 10년전의 그 낡은 것들이 그대로 방치되어있고 얼마나 사람이 없는지 기기에 먼지가 보일 정도더라구요.그리고, 그 옆의 30분에 1,500원하는 컴퓨터가 5대 정도 밖에 없는 간이PC방에 아이들이 줄을 서서 북새통을 이루며 와글와글 몰려있는 것을 보고 말았답니다…. 시대의 흐름을 모르는건 아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일을 다시 한번 눈으로 보게 되니 더욱 우울해지더라구요.
자주 가는 모까페에 어느 분이 스트리트 파이터2 관련 만화 소개글을 올렸습니다. 거기에 다른 한분이 단 리플이
"스트리트 파이터 이름은 들어봤는데 게임은 안해봐서 누가 누군지 모르겠네요." - 라고. 하긴, 요즘 초등학생들 중에는 리니지1과 라그나로크를 모르는 아이들도 있는걸. 돌고도는거지요.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아도겐'과 '어류겐'은 알았던 그 때가 있었다.
모든 분들에게 언제나 포스가 함께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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