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준비를 했지만 아무도 말을 걸어오지 않아… 주절주절 포스

대학의 발표라는건 거짓말도 가끔 필요하지.
때는 바야흐로 11월하고도 마지막주- 매일 아침 저녁 학교 오가는 바쁜 발걸음에 하얀 입김이 서리고, 연말을 잘 보내기 위한 공포의 강적 '기말고사'가 서식하는 마궁 깊은 던전 B1층에 발을 들여놓을 때가 된 대학생분들에게는 험난한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또한 기말고사만큼 귀찮은 것이 프리젠테이션인지라. 특히 나이를 먹으면 어찌된건지 떠맡게 되는 일이 많아서, 일단 저도 월요일에는 세계화와 지속성에 대한 경제학자의 논문으로 떠들고, 화요일에는 영상미디어의 언어로 보는 사회상 등으로 또 원맨쇼를 한다음 목요일 오늘 FTA에 대한 교육개방 관련으로 또 한참을 주저리주저리하고 나서야 겨우 이번학기 모든 발표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참 대학생 발표는 '뻥'도 간간히 섞여있는 것 같아요.

전혀 읽지도 보지도 않았던 소설이나 영화의 감상으로 열변을 토하거나, 눈꼽만치도 관심없었던 사회 현상과 풍조에 대해 그래프까지 그려서 대단히 관심있는척을 하는 등등으로요. 하기사, '정말 재미없어 죽겠는걸 너무 재밌어서 못견딜 것 마냥 구는게'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하니 중얼중얼…

그럼 이제부터 제목대로의 이야기.

현대는 바야흐로 개성시대, 스스로 능력을 어필하는 자기PR시대라 그런지 중고등학교 교육과 비교하면 대학에서는 수업 중 질문과 토론 등이 그나마 활성화되었지요. 특히 학생의 과제 발표 때는 더욱 심해서, 좋은 질문을 한 학생에게는 점수를 주는 경우도 많아서 가끔은 치열한 질의응답이 벌어질 정도구요.

저도 역시 이번학기 다른 사람들이 발표할 때 귀찮게 질문해댄 적이 많아서, '아, 뿌린대로 돌려받겠구나, 누가 진짜 어려운 질문 하면 어쩌지?' 하고 전전긍긍하며 차례차례 발표를 하게 되었는데-

왠걸, 세 발표 다 아무도, 한명도 질문을 안하더랍니다. 이상하게 다른 누가 발표할 때는 그렇게 질문 많이 하던 사람들까지도 갑자기 왜 이렇게 침묵을 지키는건가.

설마 내용이 훌륭해서 그런거면 얼마나 좋겠습니다만 만드는 제가 봐도 종종 이게 뭔소린지 하고 구멍이 보일 정도니 그럴리는 절대로 없구요, 아님 내용이 너무 뻔해서 흠을 잡을 필요도 없다는 말이랑가…

아니, 단지 학기말이 다가오니 다 귀찮아진 것 뿐일지도요. 설레발설레발.

새벽도서관의 불빛이 어렴풋이 다가옵니다. 모든 분들에게 포스가 함께 하시기를.

덧글

  • 불신론자 2007/11/29 20:41 # 답글

    학점도 함께하시길(전 공익이라 잠시 패스입니다)
  • John 2007/11/29 20:42 # 답글

    대학생도 많이 힘들겠군요...
  • kykisk 2007/11/29 21:04 # 답글

    학기말이라 귀찮아졌다는데 한표입니다..;
  • 地上光輝 2007/11/29 21:24 # 답글

    카운터 맞을까봐 피한 걸지도 모릅니다.
  • 比良坂初音 2007/11/29 23:05 # 답글

    귀차니즘입니다(....)
  • 베라모드 2007/11/30 02:43 # 답글

    학기말이라 그렇습니다.
  • 스펙터 2007/11/30 16:08 # 답글

    은연중 풍겨나오는 살기가 주위를 압도하시는 겝니....(어이)
  • 리볼빙 2007/11/30 22:04 # 답글

    대학생들이 다 그렇죠 뭐 [...]
댓글 입력 영역


고독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되리라,

낡고 슬픈 이 땅에선
환희는 빌려야만 하고,

고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득하니까.

노래하라,
언덕들이 응답하리라

탄식하라,
허공에 흩어지고 말리라

메아리들은 즐거운
소리에 춤을 추지만

너의 근심은 외면하리라.



기뻐하라,
사람들이 너를 찾으리라

슬퍼하라,
그들은 너를 떠날 것이다.

사람들은 너의 즐거움을
원하지만

너의 고통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즐거워하라,
그러면 친구들이 늘어날
것이다.

슬퍼하라,
그러면 그들을 다 잃고
말 것이다.

네가 주는 달콤한 술은
아무도 거절하지 않지만

인생을 한탄할 때는
너 홀로 술을 마시게 될
것이다.



축제를 열라,
그럼 너의 집은 사람들로
넘쳐나리라

굶주리라,
세상이 너를 외면할 것이다.

성공하여 베풀라,
그것이 너의 삶을
도와주리라.

하지만 아무도 죽음은 막지 못한다.

즐거움의 방들엔
여유가 있어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다.

하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는

우리 모두는 한 줄로
지나갈 수 밖에 없다.